직장인을 위한 인생 해답서(1)
자주 만나던 사람이 싫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게 되면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보일 때입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는 거죠. 다른 하나는 만날수록 가까워지기보다 겉도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나는 나를 드러내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죠. 결국 둘 사이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듯 겉돌기만 하니 관계의 진전 없이 저절로 싫어지게 되는 거죠.
직장이 싫어지는 이유도 둘 중 하나입니다. 너무 오래 근무해 장점보다 단점을 많이 알거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거죠. 후자의 경우 대개 나와 대표의 가치관이 다르거나 비전을 공유하지 않거나 비밀이 많은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조직원에게 숨기는 게 많은 회사는 결국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겉돌다가 한 명 두 명 자리를 떠나고 맙니다.
앞에 두 이유는 어쩌면 본능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사람과 조직이 좋고 싫어지는 데 마음이 움직이는 것만큼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회사가 싫어져야 하는 이유는 자기의 발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친절하게 말하면 ‘싫어진다’라는 표현보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싫어진다는 건 앞에서 설명한 대로 감정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건 자기에게 중심을 두는 선택이죠. 회사가 나의 역량을 발휘하기에 그릇이 작다고 느낄 수 있고,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죠. 이는 그동안 내가 성장해 왔다는 의미입니다. 청출어람, 더 넓은 곳으로 떠나야 할 때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죠.
세 번째 이유로 이직을 결심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30대 때 일곱 번 직장을 옮겼었습니다. 서른에 입사한 회사는 매출 1천억 이상인 튼튼한 건설사였습니다. 붙어있을 각오만 있다면 앞으로 20년 이상 문제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5년 차가 되니 코에 바람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그때 새로 현장을 맡았지만, 역량이 부족했던 게 이유였습니다. 혼자 며칠 끙끙 앓다가 도망치듯 퇴사했습니다. 이유가 그러하니 다음 직장도 제대로 준비할 리 만무했습니다. 당장 받아줄 만한 곳을 찾았고 주말부부와 낮아진 연봉을 감수하고 이직했습니다. 이전 직장보다 나은 조건도 아니었고, 경력을 인정받지도 못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감정 따라 선택한 이직이 만족스럽지도 오래갈 수도 없죠. 그때를 시작으로 1년에 한 번꼴로 이직이 이어졌습니다. 이력서는 이미 너덜너덜해졌죠. 역량을 키우고 실력을 검증받았다면 원하는 직장으로 골라 이직했을 겁니다. 다음 이직을 위해 스스로 성장했다면 어디서든 빛이 났을 겁니다. 주변에서 먼저 이직을 제안해 왔을 수도 있었겠죠. 그렇게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게 직장인으로 올바른 성장이자 경력을 확장해 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30대 직장인에게는 생각도 주변에 유혹도 많은 시기입니다. 또 노후와 퇴직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입니다. 자연히 더 나은 조건 더 많은 연봉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원하는 조건을 손에 넣을 수도 없습니다.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다니는 직장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주변 사람이 못마땅해집니다. 스스로 회사가 싫어지게끔 감정을 만들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가만히 있는 회사를 미워하게 됩니다. 그런 감정이 점점 커지다 어느 날 덜컹 이직을 결심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잘 알지 못하는 회사로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던 거죠.
직장인에게 3·6·9 법칙이 있습니다. 3년, 6년, 9년마다 이직할 마음이 든다는 거죠. 단순히 회사가 싫고 일에 치여서 고민하는 건 아닙니다. 그 시기마다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죠. 이때 정말 필요한 건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겁니다. 단순히 주변 환경이 싫어져 떠날 마음이 드는 건지, 아니면 더 큰 곳에서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지를 말이죠.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나는 왜 회사가 싫어졌고 그 이유를 분명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능력을 평가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버틸 용기도 필요합니다. 감정적인 이유로 사람과 조직이 싫어져 떠난다면 다른 곳을 가도 똑같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내 마음에 변화 없이 단지 공간과 사람만 바뀌는 건 악순환의 반복일 뿐입니다. 반대로 스스로 성장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떠날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때는 단순히 회사가 좋고 싫고 감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조직 안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와 버텨낼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될 것입니다. 그게 올바른 이직이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선택이겠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싫은 사람 억지로 만나는 것만큼 불행도 없고요. 불행히도 회사는 인간관계와는 결이 다릅니다. 좋다고 영원할 수도, 싫다고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감정에 이끌려 무턱대고 이직하면 후회만 남을 뿐입니다. 회사가 싫어질 땐 우선 자신을 먼저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떠날 수 있을 만큼 역량을 키웠는지, 어디서도 환영받을 만큼 성장했는지 말이죠. 그 물음에 답이 분명할 때 회사를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