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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와의 갈등은 이렇게 풀어라

by 김형준

우리에게 발생한 문제가 ‘갈등’이라면 소설의 5단계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계를 적용하자.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은 다섯 단계 중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중략) 인생을 단계로 나누면 대처를 할 수 있다. 무턱대고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흐름을 멈추고 선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다.

<마음 지구력> 윤홍균


직장 상사와 생기는 모든 갈등은 단계를 밟습니다. 문제가 되는 단계는 대개 위기-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장 상사와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고 같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발단-전개 단계는 지났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직장 생활이 늘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제 어느 때 사건 사고가 생길지 모르죠. 대부분의 문제는 아랫사람이 실수에서 비롯됩니다. 경험이 부족하므로 실수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상황을 대하는 서로의 태도로 인해 갈등이 고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에 주문을 잘못 넣은 김 대리는 분명 자기가 실수한 걸 압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면 상사의 도움이 필요하죠. 선배 박 부장은 김 대리의 실수로 인해 대표에게 심한 질책을 받습니다. 부하직원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고 말이죠. 이미 감정이 상한 박 부장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이참에 얼마 전 비슷한 실수까지 싸잡아 한 소리 하기로 작정합니다. 문제는 다른 직원들 보는 앞에서 김 대리에게 화를 냈다는 겁니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는 박 부장이 야속하고 정 떨어집니다. 이미 두 사람 사이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 정도 되면 김 대리의 실수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악감정만 남은 상태죠. 단계를 한참 건너뛰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습니다.


직장에 다니면 누구나 실수합니다. 경험이 부족하면 실수하면서 배우는 게 당연하고요. 실수가 없으면 문제도 생기지 않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도 없죠. 바꿔 말하면 일을 배우는 처지이고 성장하려면 실수는 언제든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순서죠. 내 앞에 선배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 그 자리에 가 있는 겁니다. 상사도 부하직원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을 겁니다. 문제는 나 잘났다는 선배와 나만 아는 후배가 부딪칠 때입니다. 선배는 후배의 실수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여기고, 후배는 그런 선배의 감정적인 질책을 곡해하는 과정에서 갈등으로 번지죠. 한두 번은 서로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사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듯 실수는 끊이지 않습니다. 또 조직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죠. 횟수를 거듭할수록 감정의 골도 깊어집니다. 처음에 좋았던 관계도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증오만 남은 사이가 되고 말죠.


30대 직장인이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 중 상사와 갈등을 꼽은 수가 10명 중 3명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전 직장에서 상사와 갈등으로 이직했는데 옮긴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딜 가나 비슷한 부류가 있기 마련이죠. 혹자는 사람 때문에 이직 할 바에 구관이 명관이라고 몸담은 곳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말합니다. 이미 겪어 본 상사와 해결하는 게 그나마 수월하다는 의미겠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먼저 짚고 가야 할 게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절대 진리가 하나 있지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는 이상 타인에 의해 나를 바꾸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바뀌길 기대하지 말고,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달라지면 상대가 바뀌지 않아도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덜 상처 받을 수 있죠.


상사와 갈등이 생길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돌아보는 겁니다. 내 실수는 없는지, 나로 인해 상대방이 피해 입지 않았는지 따져보는 거죠.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리는 거죠. 그런 다음 해결 방법을 찾고, 찾은 방법대로 실천해 옮기는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혼자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혼자 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과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와 별개로 가장 먼저 나를 돌아보면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감정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멈추고 어떤 감정을 선택해야 할지 따져보는 과정을 갖는 거죠. 이 단계가 필요한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방까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자기를 통제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내가 나를 돌보는 겁니다. 갈등 상황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나를 보호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거죠. 상대방의 질책은 상대가 선택한 태도입니다. 그걸 바꿀 힘은 나에게 없죠. 대신 상대의 말과 태도를 냉정하게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이고 내 잘못은 없었는지 따져보는 거죠. 갈등 상황에 대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적어도 상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내가 받을 상처를 내가 정할 수 있게 되죠. 바꿔 말해 상대방의 행동을 공감해 보는 겁니다.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말이죠. 물론 현실에서 가능할지 의심이 듭니다. 사람 감정을 이만큼 통제하려면 엄청난 자제력과 포용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 있습니다. 상사와 갈등이 생긴다고 무작정 회사를 떠날 결심만 해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 상사가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남은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스스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내가 나를 항상 돌봐야 합니다. 타인에 기대는 게 아닌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겁니다. 내가 나를 보살필 때 더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습니다. 타인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나를 지키는 태도를 갖게 되죠.


감정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려면 우선 내 감정이 어떤지부터 알아차려야 합니다. 나를 알아차리려면 우선 갈등 상황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어떤 단계인지 냉정하게 바라보는 거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면 결말도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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