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인생 해답서(3)
‘혼자 있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존재한다는 의미일까요? 저는 어디에 있는가 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게임을 하는 게 ‘혼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같은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업무에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거나, 정해놓은 주제로 글 한 편 쓰는 동안을 ‘혼자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행위를 통해 내가 얻는 게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게임, 쇼핑도 물론 필요하지만,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죠. 반대로 업무 역량에 필요한 공부나 자격증, 글쓰기 등은 내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활동입니다. 이러한 행위의 반복이 결국 나를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어떤 기회일까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직장인이 많다는 데 있죠. 많은 직장인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로 하루를 보냅니다. 직장 선택 과정에 좋아하는 일이 아닌 월급을 많이 받는 일을 우선 선택하게 된 거죠. 좋아하지 않은 일을 20년 넘게 해 보니 알 것 같습니다. 억지로 하는 게 얼마나 고통인지를요.
20년 전, 서른 살일 때 혼자 있는 시간을 혼자 보내지 못했습니다. 혈기 왕성할 때라 친구나 동료와 어울리는 게 더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에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배움에 열정이 있어 공부에 집중하지도 못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도 없는 삶은 어떨까요? 매일 밭을 갈기 위해 주인 손에 끌려가는 소나 다름없었습니다. 소와 다른 점은 일이 끝나면 우리가 아닌 곳에서 자유를 누리는 정도랄까요? 그때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은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요. 좀 더 치열하게 일찍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다른 일에 도전해 보려고 시도했었을 겁니다. 혼자 고요한 시간에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기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철학자 풀 발레리가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삶을 사는 거죠. 이렇게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은 이미 알려드렸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혼자되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는 게 꼭 혼자되는 게 아니라고 앞에서 말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서도 내가 무엇에 집중해 있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고상하게 표현하면 내면의 나와 만나기 위해 적막한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의미이죠. 많은 사람 속에서도 내 안의 나를 얼마든 만날 수 있습니다. 내 손에 무엇이 들렸는지에 따라서 말이죠. 스마트폰 동영상, SNS, 쇼핑, 게임 등을 하면서 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소중한 순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의식적으로 손에서 떨어트릴 때 나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말이죠.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은 어떨까요? 저도 그렇게 살아봤습니다.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곳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후회됩니다. 서른 살 때 치열하지 못했다는 게요. 혼자 있는 시간에 오롯이 혼자되지 않았다는 것도요. 지금 안 걸 그때도 알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적어도 이 글에 적은 것처럼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여러분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기를 위해 혼자되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한 걸 하나씩 실행에 옮겨 보는 거죠. 그때에만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흔, 오십이 되는 동안 그럴 기회는 점점 줄었습니다, 어쩌면 용기가 줄었다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직장에서 자리를 지켜내는 게 우선순위인 삶이죠.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는 건 엄청난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혼자 있는 시간조차 사치이죠. 이미 이빨 빠진 사자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그저 자기 위로를 위한 시간일 뿐입니다. 다음 날 다시 일터에 나갈 수 있게 조금의 재미를 만끽하며 에너지를 채운달까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를 연명하며 겨우 숨을 이어가는 삶이죠. 여러분도 이런 삶을 바라나요? 물론 이런 삶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마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월급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한 일임에 의심의 여지없습니다. 다만 조금 일찍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을 통해 깨달은 후회가 덜 남은 삶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너무도 꼰대 같은 말들입니다. 꼰대들이 하는 말 중에 영양가 없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반대로 귀담아들어야 할 말도 있지요. 저도 그때는 윗사람의 말이 와닿지 않을 때 더 많았습니다. 어쩌면 정작 중요한 말들을 흘려들어서 후회가 더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때로는 어떤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 있습니다. 말하는 이의 진심이 담긴 말이라면 더더욱이요. 돈이 들거나 시간을 빼앗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제 말을 참고해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보는 것뿐입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를 위해서 말이죠. 여러분이 제 말을 듣는다고 제가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닙니다. 자기 시간을 치열하게 보낼수록 모든 혜택은 온전히 자기 몫입니다. 그러니 안 하는 게 오히려 손해 아닐까요? 선택도 여러분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