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머리를 감아도 등줄기에 땀이 맺힙니다. 몸에 물이 묻어있을 땐 그나마 시원하지만, 수건으로 닦아내는 동안 슬금슬금 몸에 열이 오릅니다. 선풍기에 몸을 말려도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는 목덜미로 땀이 흥건하지요. 땀으로 다시 감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죠. 머리카락에 물기는 없앴지만 이마 목덜미 얼굴에는 이미 땀으로 범벅입니다. 휴지로 대충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옷을 입는 동안도 땀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옷 때문에 더 덥게 느낍니다. 양말을 꺼내 신는 동안에도 옷 속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피어오릅니다. 씻는 것부터 옷을 갈아입기까지, 이건 물로 몸을 씻은 건지 땀으로 씻은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요즘 날씨에 이런 경험 저만 하나요?
요즘에는 구분이 모호해진 봄, 가을을 좋아합니다. 더울 땐 걸쳤던 옷을 벗으면 시원해지고, 쌀쌀하면 겉옷을 꺼내 입으면 되니까요. 날씨 때문에 땀이 날 상황은 웬만해서 생기지 않으니까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집밖으로 나오면 몸은 뽀송뽀송, 마음은 가볍습니다. 짜증 날 일이 없죠. 하루 종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도 늘 비슷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 이외에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 인해 종종 기분이 잡치는 건 예외로 하겠습니다. 날씨만 놓고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봄, 가을입니다.
겨울은 어떨까요? 겨울이 끝날 때까지 날씨 때문에 땀으로 온몸이 젖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꽁꽁 싸매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겠죠. 이 시기에는 모공도 수축하고 노폐물도 배출되지 않아 피부에 때가 잘 끼지 않을 싶습니다. 그렇다고 샤워를 여름만큼 자주 하지 않게 되죠. 이삼일에 한 번, 길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샤워하죠. 씻고 나면 찬 공기 탓에 더러 감기에 걸립니다. 아마 이 핑계로 더 자주 샤워를 하지 않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자기 몸은 소중하다면서 말이죠. 사계절 중 단연코 겨울이 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때일 것입니다. 살갗이 찢어질 만큼 춥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몸은 봄, 가을, 겨울 비축해 둔 땀을 여름에 다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지 않게 날씨도 한 몫하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사람 몸에서 땀이 나는 건 자연 섭리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땀이 나와야 몸도 건강해집니다. 땀나는 게 싫어서 섭리를 거르겠다고 한 들 그렇게 될까요? 요즘 같은 날씨에 나만 예외로 땀이 안나 줄까요?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한여름에도 함박눈이 오는 게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자연 섭리는 누구에게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죠.
우리 몸에서 나는 땀처럼 인생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나이 듦이 그렇고, 만남과 헤어짐이 그렇고, 탄생과 죽음이 그렇고, 배부름과 배고픔이 그렇고, 사랑과 미움이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시기와 빈도를 달리할 뿐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것들입니다. 제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죠.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차츰차츰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마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익숙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땀이 나는 것, 추위를 타는 것, 살면서 거스를 수 없는 섭리들, 모두 저마다 때가 되었을 때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됩니다. 누구는 세상 이치에 일찍 깨어 빨리 받아들인다면, 누구는 죽기 전에야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지요. 정리해 보면 살아가는 동안 느끼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더위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말이죠. 이 또한 자연의 섭리라 할 수 있습니다. 더워서 짜증은 나겠지만, 짜증을 낸들 더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죠. 춥다고 투정 부려도 추위가 가시는 건 아닙니다. 날씨든 감정이든 지금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마음은 편해질 수 있습니다. 이마와 목덜미에서 땀은 흐르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 짜증 섞인 말과 행동은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면 말이죠.
땀과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요즘입니다. 더위로 불쾌지수는 끝 모르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날씨도 정신줄을 놓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저도 이렇게까지나 더워질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서로가 힘든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이럴수록 한 발씩만 양보해 보면 어떨까요? 잔소리 세 번 할거 한 번만 하고, 투덜거림도 반으로 줄여보는 겁니다. 결국 이로 인한 혜택은 오롯이 자기 몫이 될 테니까요.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면 더위도 어느새 제 갈 길을 가고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시 겉옷을 꺼내 입는 선선한 날씨가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