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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by 김형준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차인표 씨가 황순원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는 올해 58세입니다. 첫 책을 42살에 발표했고요.


앞서 2021년 출간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옥스퍼드 대학에 교양도서 선정되었습니다. 50 넘어 이룬 성과였습니다.


어떤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책을 쓰기 이전에 틈틈이 메모하고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다고요. 그런 작은 행동이 결국에는 소설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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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거창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으려면 평소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에게는 이런 작게 실천하는 행동이 있나요? 그걸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이 물음에 답이 여러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해 줄 것입니다.


저는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작가입니다. 글 한 편, 책 한 권 쓰기 위해 매일 글 쓰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합니다. 독서하고 메모하고 주변에 관심 가집니다. 보고 듣기를 게을리하지 않죠.


작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20년 넘게 했습니다. 글을 쓴다고 말하면 의아해하죠. 원래부터 글을 좀 쓸 줄 알았냐고 되묻곤 합니다. 절대 아니었다고 손사래 치죠.


그랬던 저도 읽고 쓰기에 관심 갖고 작은 행동을 실천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며칠 몇 달 만에 갖게 된 직업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8년을 지속했기 때문에 갖게 되었죠.


물론 8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실력은 여전히 모자라죠. 하지만 적어도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말할 수는 있습니다. 제 선택에 후회 남지 않게 매일 최선을 다합니다.


글 한 편 쓰는 것도 버거운데 어떻게 책을 쓰겠냐며 뒷걸음질 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을 쓸 각오를 처음부터 했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작게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 몇 줄 쓰는 것부터였죠. 잘 쓰든 못 쓰든 개념치 않았습니다. 오늘 글 한 편 썼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죠. 누가 보든 말든요.


그렇게 시작된 게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쓸 욕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잘 됐을까요? 3년을 맨땅에 헤딩하듯 헤맸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5년 만에 첫 책을 낼 수 있었죠. 마흔일곱에요.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해 오는 동안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여겼던 저였습니다. 막상 새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무얼 할 수 있을지 막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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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에 들어온 게 읽고 쓰는 삶이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은 '0'였습니다. 나에 대한 믿음보다 의심이 더 컸습니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어디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길밖에 없겠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이것마저 포기해 버리면 더는 답이 없다는 벼랑 끝이었달까요. 그래서 더 매달렸습니다.


몇 년을 반복해도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재능이 없었으니 인정받기까지 당연히 시간이 필요했죠. 내 수준을 인정하니 계속할 만큼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학벌, 배경도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였습니다. 지금이 아닌 내일 더 나아질 나만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에 집중했습니다.


오늘 쓰면 오늘 나는 작가입니다. 매일 쓰니 매일 작가로 살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만든 정체성 덕분에 어떤 결과가 주어져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건 과정일 뿐이었죠.


차인표 작가의 수상 소감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을 계속 써도 된다는 허락 같다"라고 말했죠. 자신의 십여 년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물론 인정을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닐 겁니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걸 알 수 있는 게 주변의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정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인정만을 목표로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금방 다른 일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조급해질 테니까요.


제가 5년 만에 첫 책을 낸 것도, 차인표 작가가 58살에 신인상을 받은 것도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해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말이죠.


책을 쓰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죠. 그래도 굳이 책을 쓰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책 쓰기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나에게 가치 있고 타인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말입니다. 책 한 권 써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서도요.


살면서 나와 타인을 위해 이만큼 가치 있는 일은 드뭅니다. 나의 수고가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숭고한 일이죠. 죽어서도 이름을 남길 수도 있고요.


어떤 일은 그 일을 해보고 나서야 가치를 깨닫는 일이 있습니다. 이미 경험해 본 이들은 한 입으로 말합니다. "진작에 쓸걸." 여러분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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