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수록 맑아지는 것.

by 김형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8시간

12시간

16시간

심지어 24시간도 있다.

나는 12시간이 적당하다.

내 인내심의 한계는 거기까지다.

12시간 중 2/3는 어렵지 않게 보낸다.

문제는 1/3이다.

이 시간엔 깨어 있다.

나에게 새벽은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다.

눈으로 읽는 행위와

손으로 쓰는 행위에

몰입이 잘 된다.

하지만 인간이라 긴 시간이어가는 건 무리다.

몸이 반응하는 한정된 시간 안에 바짝 성과를 내야 한다.


쓴 커피 한 잔이 감각을 무뎌 놓는다.

약간의 환각이다.

환각으로 정신은 점점 선명해진다.

비로소 몸이 깨어나는 것 같다.

아메리카노는 평균 10칼로리로 알고 있다.

열량이 거의 없는 수분이다.

오로지 커피의 카페인 성분에 의지해 잠든 몸을 깨운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업무로 이어진다.


하루 중 오전은 업무 집중도가 높다.

잡생각이 들어서기 전이라 그렇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다.

1초의 여유만 허락된 시계가 12시에 다다른다.

서서히 탐색에 들어간다.

의견이 분분할수록 결정은 늦어진다.

결정이 늦어지는 만큼 실물을 영접하는 시간도 늦어진다.

늦어지는 시간만큼 고통은 배가 된다.

고통은 또 다른 증상을 불러온다.

민감해진다.

평소의 너그러움은 이미 상실했다.

누군가는 낯설만치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기다림의 1분은 영원 같다.

초초함이 극에 달할 즘 실물을 영접한다.

이내 평온이 찾아온다.

세상 누구보다 인자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마음은 충만해지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행복해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온다.

늦은 밤은 또 한 번 위기로 다가온다.

갈등이 시작된다.

갈등은 선택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결과를 낳는다.

결과는 두 가지다.

거울 속 낯선 자신의 몸에서 드는 자책감

유혹을 물리쳤다는 당당함.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이다.

이렇게 우리의 내면을 탈탈 털어내는

누구냐 너는?


나?

나는 '공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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