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자신을 얼마나 믿나요?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 100퍼센트 믿음을 보낼 수 있나요? 다시 말해 어떤 도전이든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입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자기에 대한 의심이 더 많습니다. "내가 이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라고 확신을 갖지 못하죠. 왜냐하면 어떤 일이든 그 과정은 힘들고 어려움이 늘 따라다니기 때문이죠.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세 번째 하프 마라톤에 도전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와 고저차가 심한 코스 탓에 기록이 잘 나올지 걱정이었죠. 대회를 앞두고 연습도 많이 못해 기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싶었죠. 처음 달려보는 코스라 만만치 않았습니다. 훈련량이 부족해 오르막에서 애를 먹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도 급격히 떨어졌죠. 3킬로미터를 앞두고 평소 페이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속도로 달렸습니다. 기록은 어땠을까요? 목표했던 2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9월 기록보다 2분 단축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릭핌 남자 400미터. 영국 대표인 데릭 레드먼드는 경기 도중 햄스트링이 파열됩니다. 달리기 선수에게 햄스트링 부상은 요리사가 칼을 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는 트랙을 벗어나지 않고 절뚝거리며 계속 달렸습니다. 그를 지켜본 모든 관중은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트랙으로 내려와 그를 부축해 결승선을 통과했지요. 이 장면은 금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준 장면이 되었습니다.
자기결정성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될 때 끝까지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율성은 이 일은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감각입니다. 유능감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향상된 다는 감각이지요. 끝으로 관계성은 내 주변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입니다. 어떤 도전이든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끝까지 버틸 동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내가 선택했고, 이걸 통해 성장한다는 믿음과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에너지로 작동하는 거죠. 결국 힘든 상황에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충족되며 끝까지 밀어붙이게 됩니다.
달리기 뿐 아니라 우리 일상은 수많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새벽 기상, 건강한 몸을 위한 꾸준한 운동,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저축, 책 한 권 완독을 위한 독서, 매출 달성을 위한 영업 등. 이러한 도전이 결코 한 번에 쉽게 완성될 리 없습니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련이 있기 마련이죠. 그때마다 멈추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앞에 말한 '자기결정성이론'에 따라서요.
자기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짐작하듯 어떤 것도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늘 실패를 반복할 뿐이죠. 실패가 반복될수록 자신에 대한 불신만 커집니다. 스스로 낙인을 찍는 거죠. 그 낙인으로 인해 삶은 물론 자기 정체성마저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바라는 이는 없을 테고요.
17킬로미터 이후부터 포기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죠. 결국 몇 발 걸었습니다. 걷는 게 더 힘들어 다시 달렸죠. 왼발 가운데 발가락 발톱에도 통증이 왔습니다. 아마 며칠 뒤에 발톱이 빠질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결국 달렸습니다. 느려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뿌듯했습니다. 또 한 번 나의 서사를 써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겠지만 저는 누구보다 만족한 결과였습니다. 달릴 때 느꼈던 고통은 그만 뛰라는 신호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에너지였습니다. 또 나는 해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떤 도전이든 과정이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