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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는 게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by 김형준

2021년 11월 29일, 금주를 결심했습니다. 실천하는 동안 저항도 금단 현상도 없었습니다. 아주 편하게 금주를 이어오는 중입니다. 술을 봐도 별 감흥 없습니다. 스트레스받아도 술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옆 사람 목구멍으로 술이 넘어가는 모습도 그저 그렇습니다. 술자리에서 혼자 어색해했던 것도 옛말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술자리에도 나가지 않습니다. 술친구들과 자연히 멀어졌죠. 집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4년 동안 술을 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하나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얻게 되는 좋은 점들 때문입니다. 술을 마셨을 땐 술이 주는 좋은 점 때문에 끊지 못했었죠. 술이 주는 좋은 점이라고 해봐야 취하는 게 전부입니다. 취할 때까지 마셔서 그 순간 근심 걱정을 잊게 되죠. 반대로 술을 끊고 보니 술을 마시지 않음으로써 누리게 되는 좋은 점들이 계속해 금주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가장 좋은 장점은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깰 수 있다는 겁니다. 숙취 없이 맞는 아침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합니다. 내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죠. 과거 술이 덜 깬 상태로 깨면 기분도 컨디션도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죠. 술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 자책하며 악순환을 만들었죠.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으면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내 의지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면 술만 마시지 않죠. 안주는 기본, 숙취 해소를 위해 라면은 덤입니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이것저것 때려 넣었죠. 그러니 올챙이처럼 배만 불렀었습니다. 또 각종 질환에 무방비가 될 만큼 몸속 수치가 높아졌죠. 몸이 언제 망가질지 모를 일입니다. 금주 후부터 늦은 시간에 먹는 일이 없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더는 먹지 않습니다. 자연히 뱃살도 빠지고 수치도 회복되지요.


일주일에 한 번, 한 달 평균 네 번 술자리를 갖는다고 가정해도 족히 20만 원 씁니다. 그것뿐인가요? 대리운전비와 택시비도 추가로 나가죠. 술값만 모아도 차 한 대 뽑는다고 우스갯 소리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술을 끊으니 쓰는 돈도 눈에 띄게 줍니다. 술자리 한 번 안 가면 가족과 넉넉하게 외식할 수 있죠. 분명 가정경제에 보탬이 됩니다. 가장이라면 눈치도 덜 보게 되겠죠.


아낀 술값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아이들 학원이나 자기 계발에 투자할 수 있죠. 적금을 부을 수도 있고요. 여윳돈이 생김으로써 삶도 여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쓴 돈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나와 아이들을 위해 쓰는 돈은 그만한 가치를 남기는 법이죠.


술자리를 갖지 않으면 퇴근도 빨라집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죠, 물론 아이들이 크면 서로 얼굴 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이 집에 일찍 들어온다는 건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죠. 더군다나 술에 취해 아이들에게 괜한 잔소리할 일도 없습니다.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적어지면 그만큼 화목해질 기회도 많아지겠죠.

퇴근 후 술자리가 없으니 귀가 시간도 일정합니다. 바꿔 말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죠. 그 시간에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있습니다. 술자리 1시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히 인생도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아내는 있어도, 일찍 퇴근해 자기 계발하는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아내는 없지 않을까요?


술을 끊으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이를 알기에 많은 사람이 금주를 시도합니다. 안타깝게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직장에 다니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할 기회가 잦기 때문이죠. 또 술을 마시는 게 처세의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한편으로 끊을 수 없을 만큼 중독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이유로 인해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할 테고요. 하지만 언제까지 술에 의지해 살 수 없는 노릇입니다.


내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술은 끊는 게 좋습니다. 완전히 금주하지 못하겠다면 양을 줄이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술을 마셔 좋을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요. 중독이나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행동을 했을 때 내가 입게 될 피해를 떠올리는 겁니다. 누구나 술 때문에 나쁜 기억 몇 개 있을 겁니다. 술이 생각날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른 선택을 하는 거죠. 그렇게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되지 않습니다. 충동을 이기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또 술과 술자리가 주는 기쁨과 흥분은 술이 아닌 것으로 대체가 불가합니다. 그걸 알기에 포기할 수 없죠. 그렇다고 계속 자기 합리화만 할 수 없습니다. 술이 나에게 해롭다는 걸 인정했으면 끊을 각오도 필요합니다. 다르게 선택하면 다른 결과를 얻습니다. 누구도 아닌 자기 삶을 위해서요. 그 선택이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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