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따분하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다

by 김형준

직장에 다닐 땐 적어도 근무 시간에는 딴짓을 하지 못했다. 이때 딴짓은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말한다. 대개 스마트폰으로 SNS, 쇼핑, 뉴스 검색, 개인 용무였다. 물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에는 시간을 할애하는 게 맞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는 용인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제된 근무시간으로 인해 스마트폰에 빼앗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퇴직 후 내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거의 모든 소통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진다. 통화보다 메신저의 비중이 높다. 소속된 여러 곳을 돌며 두어 번 소통해도 두세 시간 금방이다. 또 SNS로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하니 매일 한두 시간씩 투자한다. 그 밖에도 모든 업무와 일상 용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점점 더 그 비중이 높아지니 사용한 시간도 자연히 늘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인다. 나만 유별나게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노릇이다. 변화해 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혼자 도태되고 말 테니까. 누구도 그걸 바라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사용할 줄 아는 게 미덕인 요즘이다.


현대인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빼앗기는 시간이 평균 11시간이라고 한다. 6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치면 깨어있는 시간의 2/3 이상이다. 이 11시간은 한편으로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자극적인 재미를 좇고, 그밖에 다양한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시간 동안 우리 뇌는 쉼 없이 자극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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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요즘 같은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당연했다. 지금과 달리 외부 자극이 적으니 따분한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사람과 연결은 더 적고, 해야 할 일도 줄고, 여유는 더 많았을 테다. 그렇다고 그때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그때를 살았던 이들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짐작된다. 나도 20살 이전에는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했다. 그때는 그게 불편한 건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과 다른 그 무언가로 따분한 시간을 채웠으니 말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자극으로부터 분리된 따분한 시간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절되고 뒤쳐지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그런 건 아닐까? 스스로 만든 강박으로 인해 점점 더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다르게 접근할 필요 있다. 따분함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거라고. 그 시간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라고. 잠깐의 휴식을 통해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살핀다. 그렇게 혼자된 시간은 우리에게 여러 장점을 준다. 긴장을 이완해 주고 보다 높은 집중력을 갖게 하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알게 한다. 실제로 자극과 분리시키면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더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갈수록 자기중심에 조급해하고 산만해지고 까다로워진다. 분명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24시간 끊임없는 자극이라고 감히 말한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 완전하게 분리될 수 없더라도 의식적으로 멀어질 필요는 있다. 멀어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우리에겐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얻는 것들은 우리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의식적으로 따분한 시간을 만들어 본다. 그 시간 동안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는 거다. 이 시간을 하루 동안 몇 번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 삶의 질은 물론 생산성 또한 높아질 거로 생각한다. 결국 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아주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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