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일어나 날씨부터 확인했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8도입니다. 고민했습니다. '달릴까 말까?' 추운 걸 핑계로 달리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매일 달리지 못하지만, 적어도 일요일에는 야외 훈련을 하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었습니다. 6시 반,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생각보다 덜 차가웠습니다. '이 정도는 달릴만하겠는데'라고 생각했죠. 해가 뜨면 기온이 조금은 오르지 싶어 일기 쓰고 책 읽으며 8시까지 있었습니다. 주변이 밝아진 걸 확인하고 호수 공원으로 갔습니다. 체감온도는 크게 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껴입은 옷을 벗고 몸을 풀었습니다.
달리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얼어버린 호수였습니다. 어제 낮부터 기온이 떨어져 밤사이 얼음으로 덮인 듯싶었죠. 춥긴 추웠습니다. 산책을 나온 사람도, 저처럼 달리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죠. 추운 날씨가 한몫했겠구나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마음껏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달리는 사람이 없으니 저도 덩달아 속도가 올라갑니다. 아니 어쩌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 체온을 올리기 위해 본능적으로 빨리 달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스마트워치를 볼 때마다 속도에 흠칫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원래 페이스대로 달리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속도를 늦추면 체온이 떨어질 것 같았죠.
바람만 불지 않으면 달릴 만한 날씨였습니다. 해가 들지 않는 구간에서 바람까지 몰아치니 찬기운이 옷 속으로 파고듭니다.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는 바람막이가 야속합니다.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아마 찬바람에 피부가 벌겋게 얼어붙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 바람에 이성도 달아나 절로 탄식했습니다.
"와!! 씨, 나는 할 수 있다. 달릴 수 있다." 무의식이 내뱉는 말이었습니다. 극한의 추위라고 할 수 없지만, 얇게 입은 탓에 영하 8도 추위를 맨살로 마주했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평균 속도는 털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숨은 더 찼죠. 결국 목표했던 10킬로미터 대신 5킬로미터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5킬로미터 구간 역대 최고 기록 달성. 22분 12초. 이제까지 평균 25분 대였습니다. 그것도 저에게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습니다. 몸이 감당할 수준이었죠. 한파에도 달리기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몸은 얼었지만 마음은 뜨거웠습니다. 기록이 몸과 마음을 녹였습니다.
추위에 겁먹고 달리기를 포기했다면 어땠을까요? 따뜻한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을 했겠죠. 마음 한구석에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찝찝함을 갖고서 말이죠. 반대로 추워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비록 목표에 닿지 못했지만 구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에 앞서 항상 두 가지 마음이 듭니다. "할 수 있을까?"와 '해낼 수 있다"입니다.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두 마음 다 드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누구는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일단 시작부터 합니다. 과정은 엉성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얻는 게 많습니다.
반대로 "할 수 있을까?"의심하고 걱정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더 나아질 기회로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스스로 가능성을 막는 게 아닐까요?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 정체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화와 성장은 행동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이를 위해 일단 시작하는 게 먼저입니다. 결과는 생각하지 말고 우선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래야 죽이든 밥이든 내 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추위를 탓하기보다 추워도 달렸기 때문에 최고 기록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