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적어도 책을 쓸 때만큼은 '빨리'라는 단어를 지웁니다. 이제까지 개인 저서 4권 포함 12권 집필해 보고 느낀 점입니다. 책은 빨리 쓴다고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시간을 갖고 꾸준히 정성껏 쓰는 게 더 좋은 책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도 굳이 빨리 써야 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초고를 쓸 때입니다. 초고는 내 생각을 쏟아내는 과정이라 빠르면 빠를수록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자칫 늑장 부리면 쓸 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라져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책을 빨리 쓰는 방법, 정확히 말해 초고를 빨리 쓰는 4가지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책의 핵심을 정의한 한 문장은 내가 가야 할 목적지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출발했다면 시작부터 갈팡질팡하겠죠. 반대로 목적지가 정확하면 내비게이션도 최단 경로를 추천해 줍니다. 다시 말해 명확한 주제는 내가 쓸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쏟아낼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 줍니다. 나침반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가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겠죠.
책을 집필할 때 가장 먼저 주제를 정하고 다음으로 목차를 짭니다. 목차는 중간 목적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간 목적지가 정해졌다는 건 경로를 알고 있다는 의미이죠. 이때 우리는 수단만 선택하면 됩니다. 그 수단에 따라 도착시간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 수단을 결정하는 게 내가 쓸 글에 소재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주제에 맞는 소재를 미리 정해놓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빠르게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내비게이션이 최단 경로를 찾아주고 무엇을 타고 갈지 정해졌다면 남은 건 앞만 보고 가는 겁니다. 만약 가다 서다 반복하며 이 길이 맞는 쉼 없이 확인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자칫 경로를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쓸 때도 다르지 않습니다. 초고를 쓸 때는 초고에만 집중하는 게 집필을 가장 효과적으로 끝내는 기술입니다.
평소에 일기, 블로그, 메모 등을 하시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글감 창고를 갖고 있는 겁니다. 이제 그곳에서 내 주제에 맞는 글을 활용하면 더 빨리 원고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미 쓴 글이라 느낌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주제에 맞게 다듬는 게 새로 한 편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를 테니까요. 기존에 쓴 글을 활용하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4가지 방법을 알려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 가지 빼놓은 게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바로 매일 꾸준히 정해놓은 분량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빨리는 무턱대고 빨리 가 아니라 매일 성실히 써내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결과물입니다. 그렇게 써낸 글이라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내용도 탄탄할 테니까요.
아마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해 초고 완성에 한 달도 안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쓴 글에 과연 생명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알려드린 방법도 사실 쓰다 보면 성급해져 원고의 질을 보장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너무 느긋하게 쓰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기술을 활용해 빨리 써내는 게 내 책을 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소한 퇴고만큼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의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가 퇴고일 테니까요. 이마저도 빨리빨리를 외친다면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써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퇴고에 들인 정성이 차별화된 글을 써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내 책을 차별화 시킬 수 있다면 긴 생명력을 가진 책으로 오래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실 거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