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방향입니다.
일기는 나를 향하고, 에세이는 독자를 향합니다."
글 쓰는 게 막막한 분에게 가장 쉬운 처방으로 일기부터 써보라고 권합니다. 일기는 아무에게 보여주지 않으니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잘 쓰려고 굳이 애써도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날 내 감정, 생각을 자유롭게 기록하면 됩니다.
일기를 쓰면 조금씩 자신감이 붙습니다. 어느 때부터 사람들에게 보여줄 용기도 생깁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립니다. 문제는 기대와 다른 반응에 당혹해 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말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게 뭔가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회사에서 억울한 상황을 경험했고, 그걸 일기로 적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적을 겁니다.
"오늘 팀장에게 혼났다. 내 잘못이 아닌 데 나에게 화를 냈다. 억울한 마음에 동료에게 하소연했다. 이러고 계속 다녀야 하나?"
글이 이렇게 끝나면 어떨까요? 읽긴 했는데 남는 게 없죠? 같은 글을 다르게 적어보겠습니다.
"억울하다는 감정은 이런 상황에서 느낀다.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잘못한 사람 취급받았다. 그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당당하게 해명하거나, 뒤로 숨어 눈물을 삼키든가. 나는 오늘 숨지 않고 당당하게 밝혔다."
어떤가요? 차이가 느껴지나요? 똑같은 억울한 감정도 독자를 향해 쓰면 공감받는 글이 됩니다. '나'에서 시작해서 '우리'로 넓히는 것. 그게 에세이로 가는 첫 번째 문입니다.
예를 들어 적었지만 막상 직접 쓰려니 막막하죠? 일기를 에세이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 읽는 사람도 겪었을 법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내가 느낀 감정과 상황을 쓸 때 "나는 ~ 했다" 대신 "우리는 ~하게 된다" 또는 "사람들은 ~할 때 ~한다"로 바꾸는 겁니다. 이것만 바꿔도 글의 방향이 독자를 향합니다.
(일기) "나는 거절당할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진다."
(에세이) "거절은 이상하게도 능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슬펐다', '분하다', '억울했다'는 감정을 퉁친 표현입니다. 쓰는 입장에서 아주 편하죠. 독자 마음에는 전혀 닿지 않습니다. 그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쓰면 독자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일기) "오늘 친구한테 상처받았다. 기분이 우울했다."
(에세이) "친한 사람한테 상처받으면 낯선 사람한테 받을 때보다 더 오래간다. 기대가 컸던 만큼 빈자리도 크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표현보다 구체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독자 눈앞에 그려주세요. 독자는 그 장면을 읽으면서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합니다.
(일기) "오늘 카페에서 혼자 외로웠다."
(에세이) "창가 자리에 앉아 라테를 홀짝였다. 옆 테이블에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이어폰을 끼었다.
한 번에 다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한 편에 하나씩 시도해 보세요. 한 가지씩 의식해 쓰다 보면 점점 독자를 향한 글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내 감정에 이름만 붙여도 꽤 근사한 에세이 한 편이 됩니다.
독자에게 가장 잘 닿은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가장 나다운 이야기가 가장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