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퇴고하는 강력한 5단계 체크리스트

by 김형준

초고와 퇴고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뇌가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쓰는 순간 드는 생각을 시작으로 맞춤법과 문장 완성도 무시, 손을 멈추지 않으며 판단하지 않고 지우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모든 걸 쏟아내는 게 목적입니다.


반면 퇴고할 때 뇌는 글을 조각하는 게 목적입니다. 독자의 눈으로 한 번 읽고, 필요 없는 문장을 지우고 어색한 표현을 다듬습니다. 또 흐름이 끊기는 곳을 연결하고 끝으로 소리 내 읽으며 어색한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이렇듯 초고 퇴고는 분명 다른 원리로 작동합니다. 근데 만약 이 두 가지를 같이 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줄도 쓰지 못하고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결코 자신이 쓴 문장에 만족할 수 없기에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죠.


"초고를 쓸 때는 심판관을 방에서 내쫓으세요. 먼저 끝까지 쏟아낸 다음, 다시 불러들여 함께 고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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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은 모두 퇴고를 거친 글입니다. 단 한 권도 초고 상태로 출간될 수 없습니다. 최대한 좋은 글로 다듬어진 다음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죠. 그러기 위해 퇴고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5단계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적어도 이 5단계만 제대로 점검하면 꽤 괜찮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1단계 -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습니다.

내용이 잘 연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독자의 눈으로 읽는 겁니다. 고칠 부분을 찾기보다 흐름에 집중하며 읽는 과정입니다. 바로잡을 부분을 표시하면서요. 다음 3가지를 꼭 체크하세요.


- 도입에서 제기한 질문이 결론에서 답해지고 있는가?

- 전개 부분의 순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뜬금없이 등장하는 내용은 없나?

- 한 챕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면 핵심 메시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2단계 - 불필요한 문장과 단락을 과감히 지웁니다.

아깝다고 지우지 않으면 더 좋은 문장을 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겁니다. 지우는 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독자를 위한 거라 생각해 보세요. 독자에게 잘 읽히는 글이 결국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 이 문장이 없어도 의미 전달되는가? 그렇다면 지운다

- 같은 말을 두 번 하고 있지 않은가? 한 번만 남긴다.

- "~라고 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군더더기 표현은 없는가?

- 도입부가 길어서 본론에 늦게 들어가지 않는가?


3단계 - 어렵거나 모호한 표현을 쉽고 구체적으로 바꿉니다.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입니다.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어려운 단어와 표현으로 도배하는 거죠. 독자는 이해되지 않으면 읽지 않습니다. 굳이 애써가며 읽으려 하지 않죠. 그래서 내가 쓴 글은 중학생이 읽으면서 이해될 수 있게 쉽게 쓰라고 말합니다. 쉽게 풀어쓰는 게 오히려 더 작가의 격을 높여줍니다.


-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썼나?

- 추상적인 표현(많은, 다양한, 여러 등) 대신 구체적인 숫자나 사례로 바꿀 수 있나?

- 한 문장이 두 줄 이상인 곳은 없는가? 있으면 짧게 쓴다.

- 지시 대명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명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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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 소리 내어 읽으며 걸리는 곳을 찾습니다.

초고를 눈으로만 읽으면 익숙한 문장을 그냥 넘어갑니다. 반면 소리 내 읽으면 리듬이 깨지는 곳, 숨이 막히는 긴 문장, 어색한 연결이 바로 들립니다. 한 번이라도 막히면 독자도 그 문장에서 막힌다는 신호입니다.


- 소리 내어 읽었을 때 한 번도 막히지 않고 끝까지 읽혔는가?

- 긴 문장 다음에 짧은 문장이 있어 리듬이 살아 있는가?

-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 같은 단어가 한 문단 안에 두 번 이상 반복되지 않는가?


5단계 - 글이 시작하는 첫 문장과 글이 끝나는 마지막 문장을 다듬습니다.

독자가 기억하는 두 곳이 첫 문장과 끝 문장입니다. 이 말은 결국 첫 문장을 읽지 않으면 끝 문장도 읽히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그러니 무엇보다 첫 문장에 독자의 시선을 잡아야 하고, 끝 문장으로 여운을 남길 때 독자는 계속 읽게 됩니다.


- 첫 문장을 읽었을 때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는가?

- 첫 문장이 자기소개로 시작하고 있지는 않은가?

-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이 챕터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느껴지는가?

- 마지막 문장이 독자에게 메시지를 남기는가?(행동, 질문, 깨달음 중 하나)

이 5단계는 적어도 하루 이상 시간을 두고 진행하길 권합니다. 묵히는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다는 게 불문율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초고를 완성한 뇌는 작가 모드입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합니다. 주관의 의미는 뇌가 실제로 쓰인 글이 아니라 쓰려고 했던 글을 읽게 됩니다. 빠진 내용을 자동으로 채우고, 어색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조정해서 읽죠. 내 글에 문제를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최소 하루 이상 묵히면 뇌는 독자 모드로 전환됩니다. 내 글을 처음 읽는 것처럼 됩니다. 설명이 부족한 게 보이고 어색한 문장은 읽다가 걸리죠. 또 오탈자가 눈에 들어고 틀린 표현도 바로잡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이 빠져 더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하루의 거리가 작가를 독자로 바꿉니다. 독자의 눈으로 읽어야 독자를 위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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