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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17. 2020

나는 된장찌개를 끓였다.

휴가 이튼 날 아침

아내가 쌀을 씻고 밥을 안쳐 놓았다. 빈 냄비에 물을 붓고 국물용 티백을 꺼내놓았다. 어떤 국을 끓일지 물었다.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한다. 냄비에 불을 올렸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찌개에 넣을 재료 손질을 시작한다. 감자 한 개를 꺼내 물로 씻고 채칼로 껍질을 벗겨낸다. 벗겨낸 껍질은 잘 모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다시 한번 깨끗하게 씻고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은 양파. 남은 1/4쪽을 잘 씻어 감자 옆에 놓는다. 얼마 전 큰 호박 하나를 소분해 냉동실에 보관해 놓았고 그중 한 봉지를 꺼낸다. 실온에서 해동시킨다. 손가락 두 마디 굵기의 남은 팽이버섯을 씻어 도마 위에 올린다. 준비한 재료를 먹기 좋게 썰어 준다. 감자는 아이들 입 크기에 맞게 깍두기 반절 굵기로 썬다. 얇게 썰면 익는 시간도 줄어 빨리 끊는 장점도 있다. 양파도 감자와 비슷한 크기로 썬다. 재료의 크기가 비슷해야 먹을 때 편하다. 물론 보기도 좋다. 팽이버섯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등분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 먹기 편한 크기다. 대파는 반 줄기 정도 총총 썰어 놓는다. 된장찌개의 화룡정점인 두부도 감자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놓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물용 티백을 꺼낸다. 우러난 국물에 된장을 푼다. 된장은 두 가지를 사용한다. 먼저 전통 된장(시중에 파는 제품)한 스푼을  국물에 푼다. 이때 체를 이용해 된장에 들어있는 콩을 분리해 낸다. 콩이 들어가면 간도 세지고, 건더기가 많아져 깔끔함이 덜 하다. 전통 된장은 전체적인 베이스 간을 위해 사용한다면, 두 번째 푸는 양념 된장(이것도 시중에 파는 제품)으로 맛을 정하게 된다. 매운맛 양념 된장을 사용하면 칼칼한 맛을 낼 수 있다.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를 위해 순한 맛으로 간을 맞춘다. 된장 푼 국물 맛은 약간 심심해야 한다. 뒤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어우러지며 마지막 맛을 만들어내게 된다.  

익는 시간이 가장 긴 감자를 제일 먼저 넣는다. 5분 정도 시간차를 두고 호박과 양파를 넣는다. 이제 감자가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끊기 시작하면 된장 거품이 피어난다. 나는 된장 거품을 제거해준다. 떫은맛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다. 혹자는 상관없다고 하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르면 된다. 먼저 들어가 재료가 충분히 익었으면 다음으로 팽이버섯을 넣어준다. 이때 파도 같이 넣어 준다. 두부를 제일 마지막에 넣는 이유는 빨리 익기도 하지만 모양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함이다. 미리 넣고 조리기구 휘젓다 보면 모양이 망가지게 된다. 두부까지 들어갔으면 조금 더 끊이며 재료의 맛을 우려낸다.   


된장찌개가 끊는 사이 전기밥솥은 밥을 만들고 있다. 뚜껑에 달린 증기 배출구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먹기 좋게 쌀이 익을 때쯤 뜸 들기 시작한다. 뜸이 들고나면 마지막으로 증기 배출이 시작된다. 증기와 함께 갓 지은 밥 냄새가 집 안 곳곳에 닿는다. 밥 냄새를 맡았지만 잠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은 아직 이불 속이다. 아내와 내가 한 명 씩 붙어 잠을 깨운다. 아이들은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비염이 찾아온다. 두 아이 다 비염이 심해 잠을 못 잘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잔다. 마스크는 찬 바람을 막아주고 코와 입에 습도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마스크 덕분에 편하게 잘 잤다며 기분 좋게 일어난다.  갓 지은 밥과 뜨끈한 된장찌개, 바삭한 김과 무생채가 반찬의 전부다. 먹성이 좋은 큰딸은 식탁에 앉자마자 밥 술을 뜬다. 입이 짧은 둘째는 깨작거린다. 둘째는 먹게 놔두면 세월이다. 이때 아내나 내가 한 두 숟가락 떠먹이면 그때부터 발동이 걸린다. 그렇게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을 뚝딱했다. 


휴가라 가능한 아침 풍경이다. 나는 평일엔 6시면 집을 나선다. 오늘처럼 평일 아침을 차려주는 게 흔치 않아 아이들도 맛있게 잘 먹어준다. 더 감사하게도 아내 혼자 아침을 준비해도 아이들은 대체로 투정 없이 잘 따라준다고 한다. 남은 삼일 동안도 맛있고 든든하게 먹고 등교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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