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질 게 두려워 브레이크를 자주 잡는다. 위험이 감지되는 순간 브레이크 잡고 멈추면 자전거는 멈춘다. 넘어지는 게 두려워 브레이크를 잡으면 실력도 늘지 않는다. 빨리 배우려면 페달을 밟고 갈지자로 조금씩 나아가며 중심 잡는 법을 익혀야 한다. 넘어질 것 같으면 다리를 땅에 디디면 된다. 그래도 넘어지면 넘어져야 한다. 다시 일어나면 된다. 넘어질 게 두려워 브레이크를 잡으면 중심 잡는 연습이 안된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타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두려워 브레이크를 잡으면 가고자 하는 곳에 닿을 수 없다. 천천히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의 몸과 자전거의 중심을 맞추는 요령을 터득해 가면 된다. 브레이크는 중심을 잡고 나서 속도 낼 수 있을 때 쓸모 있다.
요즘 들어 생각에 브레이크를 자주 잡는다. 몇 문장 쓰다 보면 자기 검열이 들어간다. '이건 이래서 별로네' , '이건 저래서 그만 써야겠다'며 생각에 브레이를 건다. 그러니 글은 안 써지고 시간만 죽이게 된다. 글은 생각나는 대로 쭉 써 내려가라고 하는 이도 있고,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 해 놓고 쓰라는 이도 있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땐 내용을 신경 쓰느라 잘 못썼다. 낯선 경험과 이 글이 어떻게 읽힐까를 의식하다 보면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그러다 조금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었다. 내용보다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는 자신감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서 스스로 검열에 들어갔다. '이렇게 쓰는 게 맞을까?', '이 내용은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 '아니야 이것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 거야' , '아직은 드러내면 안 될 것 같다' 등 생각이 생각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쓰다만 글들이 쌓였다. 중간에 포기하면 다시 쓰지 못한다. 다시 쓸걸 다짐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꺼내보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완성하지 못한 글들은 그대로 잊힐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글도 자전거 배우기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고작 3년 쓰고 얼마나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이 웃길 수도 있다. 십 수년을 써온 이들도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갈지자로 흔들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넘어질 것 같으면 그냥 넘어지면 된다. 글이 안 써지면 더 고민하면 되고, 써지는 대로 머릿속 생각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된다. 자전거로 치면 이제 중심을 잡은 거고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 중심 좀 잡았다고 속도 내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욕심이 앞서면 얼마 못가 넘어지게 되고 그렇게 넘어지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초보자가 갈 수 있는 거리는 정해져 있다. 집 앞 골목이 익숙해져야 공원으로 갈 수 있고, 공원이 익숙해져야 한강을 달리 수 있는 자신감이 붙게 될 거다. 글도 내 역량에 맞게 단계를 밟아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 쓰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내용이 어설퍼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면 된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가 아닌 오늘 썼는지 안 썼는지가 중요하다. 이왕이면 정해진 분량을 채우면 좋겠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인정하면 또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거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 대신 더 나은 글을 기대하는 쉼표를 찍어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