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야식주의자의 고백

by 김형준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근 몇 개월 불규칙한 식습관 갖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 잦은 외근으로 인한 불규칙한 식사 시간, 짬짬이 카페를 찾아 마시는 단 음료, 늦은 밤 야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중 어느 하나 내 몸이 건강해지는 식습관은 없었습니다. 스트레스는 단 음식으로 달랬습니다. 외근 시 식사 시간은 불규칙했고, 그때마다 패스트푸드 나 일품요리로 급하게 때우는 게 대부분입니다. 또 거의 매일 카페를 찾아 글을 쓰거나 책을 볼 땐 꼭 차 한 잔씩 마십니다. 쓴 아메리카노만 마시기 싫어 단 음료를 찾기도 합니다. 가끔 케이크 한 조각을 더해 다운된 기분을 끌어올린다는 최면을 걸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는 10시 이후 티브이는 먹방 퍼레이드로 이어집니다. 단숨에 들이켜는 맥주, 보기만 해도 그 맛을 알 수 있는 익숙한 요리들, 한 입만을 외치며 뺏어 먹는 장면은 두 시간 전 먹은 저녁을 잊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손은 어느새 배달 앱에 가 있습니다. 11시가 넘어 도착한 야식을 보며 드는 죄책감은 잠시 마음 깊은 곳으로 욱여넣습니다. 밀려오는 포만감과 뒤로 죄책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아 또 못 참고 먹어버렸네. 진짜 오늘로 야식은 끝이다. 이제 우리 몸을 생각해서 그만 먹자 여보.”

그렇게 다짐하길 수개월을 이어왔습니다. 그 사이 몸 이곳저곳 살이 붙었습니다. 옷을 입을 때마다 느껴집니다. 겨드랑이, 허벅지 사이 붙은 살로 팔다리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더 이상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몸의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가벼운 증상일 수도 있고, 더 큰 병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내 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어딘가 고장 나 밖으로 드러난다면 그땐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부 암이 그렇다고 합니다. 대장암, 췌장암은 증상 없이 3,4기 된 시점에서야 통증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땐 이미 때가 늦어 생존율이 10% 미만인 경우라고 합니다. 아마 이런 정보는 쉽게 접해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정작 내 몸을 위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 몸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던 저를 움직이게 한 건 한 권의 책이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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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게 됩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가 되어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그에 적합한 처방을 받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듣고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합니다. 검사를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의심되는 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증상은 간단한 약물을 처방합니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처방은 달라집니다. 시술이나 수술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의심 없이 생각하는 이 과정엔 미처 알지 못한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미리 밝히지만 앞으로 말씀드릴 내용을 일반화시켜 단정 지을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읽은 그대로 적을 뿐입니다. 『환자 혁명』은 현직 의사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의 큰 줄기는 병원과 제약사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형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들은 자신의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에 대한 논문을 발표합니다. 논문은 자신의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한 해 동안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지가 곧 유능한 의사임을 말해줍니다. 연구를 위해 연구비가 필요합니다. 제약사는 이점을 노립니다. 연구비 재정이 부족한 대학과 대형병원은 이들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 못합니다. 연구비를 지원하며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연구결과는 제약사의 요구에 알맞게 조작됩니다. 조작된 결과가 담긴 논문이 발표되면 이는 처방의 새로운 기준이 됩니다. 때론 우리 몸 각종 지표의 기준치가 되기도 합니다. 조작된 기준치는 철저히 제약사 논리에 따른 겁니다. 의사는 제시된 기준치로 환자를 판단하고 그에 적합한 처방에 연구비를 지원한 제약사가 내놓은 약을 처방합니다. 더 중요한 건 이렇게 내놓은 처방의 효능입니다. 현대의학은 ‘대증요법’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게 목적이라는 겁니다. 발병의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닌 드러난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치료라는 겁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의료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도 이런 구조가 만연해 있다는 겁니다. 식품별로 일일 권장 섭취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관련된 협회에서 정한다고 합니다. 기준을 정하는 협회는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협회는 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국 기업에게 유리 한대로 기준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전 세계를 전염병의 공포로 밀어 넣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한 가지 확실해진 사실이 있습니다.(개인적 견해입니다) 백신 개발은 평균 5~10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각국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과 정보 공유를 통해 1년도 안된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은 세계적 규모의 제약사들이 주도해 왔습니다. 그들이 주도해 왔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들은 이미 수 만 종의 약을 출시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약이 어느 한 나라(이 책은 미국을 예롤 들고 있다) 내에서 판매되고 말까요? 제약사를 다국적 기업이라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발된 약은 전 세계를 상대로 팔려나갑니다. 앞서 책에서 설명한 제약사와의 불편한 거래관계가 우리나라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이해관계로 얽히고 근본적인 치료 목적인 아닌 처방에 우리의 건강을 맡기시겠습니까?”

저는 그 물음에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이제 질문은 ‘어떻게’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내 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기존에 나쁜 식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반짝 효과로 그치면 안 되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습니다. 기존의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을 여력도 안 됩니다. 몇 시간씩 운동할 여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지금의 일상 속에서 천천히 바꿔갈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해 봤습니다. 우선 먹는 걸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안 좋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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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두걸 박사가 쓴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맥두걸 박사는 3년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의료 활동을 했습니다. 부러지고 상처 나고 아픈 이들에게 처방과 치료를 하며 의료 역량을 쌓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치료하고 완치가 되었지만 몸속의 병은 아무리 처방을 해서 다시 자신을 찾아오길 반복했다고 합니다. 3년간의 하와이 생활을 마치고 정식 의사가 된 뒤 그때 가진 의문을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사탕수수 농장은 대부분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온 이주 노동자였습니다. 맥두걸 박사는 그들의 식습관을 조사했습니다. 이주 1세대는 대체로 별다른 질병 없이 건강했다고 합니다. 1세대는 그들이 먹어온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1세대들은 감자, 채소, 과일 위주의 식사를 했습니다. 문제는 2, 3세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세대는 서구화된 식단과 부모의 식습관을 반씩 따라 했고, 3세대는 대체로 서구화 식단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짐작하시듯 이민 3세대에게 비만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맥두걸 박사는 이후에도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한 가지 결론을 내립니다. 우리 몸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 먹는 걸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산업화가 되면서 식품업계도 거대해졌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고기, 유제품, 가공식품 등의 소비촉진을 위해 정부도 동참합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다양하게 많이 먹길 적극 권장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건강을 원한다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는 논리입니다. 혹 누군가 위해하다는 의견을 내면 업계의 지원을 받은 권위 있는 의사는 해가 없다는 반론을 내고, 정부 또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과정을 반복해왔습니다. 맥두걸 박사는 이런 경제논리에 의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서구화된 식단이 우리 몸을 해쳐왔다는 겁니다. 사탕수수 농장 이민 1세대처럼 채식 즉, 녹말 위주의 식단 속에 답이 있다는 겁니다. 감자, 고구마,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단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고기를 먹어야 에너지를 얻는 겁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녹말 위주 식단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기, 유제품, 가공식품, 정제식품 등은 영양의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몸은 과잉 공급을 버텨내기 위해 지방의 형태로 불필요한 영양소를 저장한다는 겁니다. 결국 몸은 비대해지고 혈관엔 찌꺼기 쌓이는 악순환을 겪다 한 순간 이상 증상으로 목숨까지 잃게 된다고 합니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았던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고기는 어쩌다 한 번, 우유는 돈 내고 200ml 하나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낼 돈이 없어 건너뛸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없는 살림에 자식 건강을 위해 골고루 먹이려는 노력은 많이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밥과 고기가 최고라고 생각하십니다. 커야 할 때 제대로 못 먹인 한 이 남아서 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40여 년 부모님과 주변의 영향으로 다양하게 많이 먹어야 한다고 믿고 행동해 왔습니다. 이런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꾸준히 노력하며 개선해야 할 겁니다. 얼마 전 건강 검진 결과지를 받았습니다. 십여 년째 결과지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당 수치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고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결과지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행동하진 못했습니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늘 먹던 습관대로 이어왔습니다. 최근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내 몸, 내 건강은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먹어줄 수도 대신 운동해 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정보만을 맹신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통해 나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식사는 저녁에만 합니다. 집에서 만든 밥과 반찬을 먹습니다. 아침은 아메리카노 한 잔과 물을 자주 마십니다. 직장에서 시켜먹는 점심은 건너뜁니다. 3시쯤 샐러드 한 팩이 점심이 됩니다. 이후 집에서 저녁을 먹기까지 사과, 바나나, 귤 등을 조금씩 먹습니다.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습관을 버리자니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유혹이 들 때면 목적을 떠올리며 참고 참아봅니다. 한 달 동안 유지해온 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견뎌내는 시간이 늘수록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단기간 다이어트가 아닌 내 몸,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한 기회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음식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쳐서 우리를 괴롭힌다. 속이 텅 빈 풍요다. -비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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