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끌려가고 있지 않나요?

9번의 이직으로 깨달은 한 가지

by 김형준

나의 출퇴근 시간 사용법


부끄러운 얘기지만 마흔이 넘어서 까지 시간관리의 개념이 없었다.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도 그날그날 되는대로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다음날 하는 식이었다.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실천하는 법을 몰랐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원하는 성과를 낼 수도 없다. 시간만큼 만인에게 평등한 자원은 없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 중 시간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뒤 든 생각이었다.

매달 받는 월급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쓰고 나면 적자인 경우가 더 많았다. 손에 닿기도 전에 스쳐 지나는 월급을 넋 놓고 바라보기만 했었다. 돈에는 쪼들려 살았지만 시간만큼은 과소비를 하고 있었다. 직장과 집에서 남는 시간은 최선을 다해 나를 위해 썼다. 근무 시간 틈틈이 뉴스 검색과 쇼핑을 위해 상사의 눈을 속이는 스킬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 출퇴근 시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뉴스 삼매경에 빠지기 다반사였다. 집에서는 티브이만이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시덥잖은 농담을 위해 술자리를 가졌고 스트레스를 핑계로 잦은 회식을 갖기도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도움되는 시간은 아니었다. 매번 허무하고 아깝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인에게 평등하고 써도써도 끝없이 채워지는 유일한 자원인 시간을 내 의지대로 과소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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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시간관리는 덤으로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읽는 시간에 투자하는 만큼 읽는 양도 늘어나게 된다. 책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읽는 시간을 신경 쓰게 되었다. 욕심은 책을 통해 얻는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였다. 한 줄이라도 더 읽으면 하나라도 더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욕심이었다. 가뭄은 땅 속 깊은 곳부터 채워져야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그동안의 무지를 채우려면 깊은 곳까지 채워야 할 것 같았다. 하나씩 내안의 부족을 채우는 과정은 새로운 즐거움이기도 했다.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시간이 귀하게 여겨졌다. 그동안 과소비한 시간들이 후회 되었다. 이제라도 꼼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꾸준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퇴근은 직장인 에게 매일 주어지는 반복되는 시간이다. 퇴근은 변수가 있지만 출근만큼은 일정한 시간에 해야 한다. 상암동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면 왕복 1시간이었다. 1시간 동안 오디오 북을 들었다. 처음은 정상 속도로 들었다. 한 권을 다 들으면 평균 5시간 정도 소요됐다. 3일에 한 권 꼴로 읽을 수 있었다. 점차 속도를 올려 2배 속도 편하게 들리게 되었다. 3-4시간이면 한 권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어김없이 책을 꺼냈다. 가방에 늘 2권 씩 넣고 다녔다. 외근이 잦아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 읽는 양과 속도가 빨라진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남는 시간이 아까워 또 한 권을 비상용을 챙겨다녔다. 지하철을 타면 가장 익숙한 풍경이 누구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엔 나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당연한 듯 스마트폰을 보는 공간 속에서 다른 행동을 하면 바로 티 가난다. 튀는 행동은 모두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는 공간 속에서 책을 본다는 건 튀는 행동일 수 있다. 실제로 책은 읽고 싶지만 지하철에서 보는 눈이 많아 꺼내기 창피해 못 읽겠다고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당당해지라고 말한다. 지하철 한 칸은 100여명이 탈 수 있다. 100여명의 사람 중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믿어도 좋다. 사람들은 타인을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에게 피해만 없으면 지나친다. 뉴스에서 떠드는 그런 기사가 괜히 이슈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말해준다. 99%의 그저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될 건지, 아니면 1%가 되어 당당하게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는 한 가지 '시간'


요즘도 저녁 약속은 잘 안 잡는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만나지 못하는 걸 차치하더라도 웬만하면 술자리를 안 가지려 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먼저 술자리를 만드는 편이었다. 술자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지만 오고가는 대화는 결국 더 스트레스만 쌓이게 되는 게 다반사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 후회를 하면서도 꾸역꾸역 술자리를 가졌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왕따를 자처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니 나를 찾는 사람도 없었다.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지만 어렵지 않게 관계가 정리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퇴근 후는 조금 다르게 활용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아웃풋을 내느냐이다. 읽고 배운 걸 실천하고 내 것을 만들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한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은 다양하다. 나는 책에서 얻은 지식을 글쓰기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려 했다. 생각이 머릿속에 머물다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글로 표현해 봄으로써 나만의 주관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는 대화 할 때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효과도 생긴다. 매일 쓰면서 생각을 다듬어 갔다. 분량이 많든 적든 매일 쓰려고 했다. 퇴근 후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출근 전 1시간을 따로 떼어 글 쓰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이런 습관을 갖기 위해 매일 6시면 집을 나섰다. 8시면 회사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쓰고 싶은 글을 한 편씩 썼다.


시간은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내 시간을 내어 준만큼 월급으로 보상 받는 게 직장인이다.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이 나와 가족을 평생 책임져 주지 않는다. 쓸모를 다하면 언젠가 스스로 서야한다. 스스로 서기 위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무기가 무엇이든 날을 세우기 위해 담금질과 망치질은 필수다. 많이 때릴수록 날은 서기 마련이다. 많이 때리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시간을 채우는 노력은 가만히 얻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계획하고 절제하고 실행하고 다시 계획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다듬어야 한다. 내 시간만큼은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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