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까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멀고도 험한 출간의 길

by 김형준

"소중한 원고를 투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원고 잘 읽어 보고 내부 편집팀과 논의해 보았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소 맞지 않기에 아쉽게도

함께 작업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출판사에 까였지만 좌절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정중한 출판사의 거절 메일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투고를 해왔습니다.

1천여 곳의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중 150여 곳은 메일 주소가 틀려 반송됐습니다.

남은 900여 곳 중 '읽음' 메시지가 뜨는 곳은 반 정도입니다.

나머지 반은 '읽지 않음'으로 남아 있습니다.

포털 메일 주소가 아닌 곳은 '읽음'으로 안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남은 반이 다 안 읽혔다고 할 순 없습니다.


메일을 확인한 출판사 중 거절 메일을 보내는 곳이 현재까지 50여 곳 정도입니다.

이번 주에 투고했던 출판사는 아직 검토 중이라 믿고 있습니다.

3월 초 투고했을 땐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세 번째 초고였고, 나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생각해서 희망을 가졌습니다.

'계약서 쓰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하나, 도장을 찍어야 하나?'

'인쇄는 8%일까, 계약금은 줄까?'

새로 장만한 스마트 폰 포장을 뜯는 것처럼 설레었습니다.

아무리 고성능 최신 스마트 폰을 사도 설렘은 딱 일주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투고 후 1주일이 지나면서 거절 메일이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너무도 정중해서 생떼도 못 쓰겠습니다.

물론 생떼를 부릴 일도 아니지만요.

술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고

매도 맞을수록 맷집이 는다고 했습니다.

쌓여가는 거절 메일에 무덤덤해집니다.


투고 메일을 보내고 잠시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을 **출판사 대표라고 소개한 뒤 원고에 대한 평을 합니다.

"우선 원고 쓰느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읽어보니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다른 원고와 비슷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 원고도 전략적으로 방향을 잡으며 가능성은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요. 독자층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애매합니다. 물론 출간되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겠지만, 자칫 의도한 방향과 다를 수 있다는 부담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요. 작가님이 일정 부분 부담해 주시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건 어떨까요?"

"네? 부담이요? 뭘 부담하라는 건가요?"

출판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자비출판, 기획출판, 반기 획출판 등등

유명 작가나 영향력을 가진 작가에게 계약금을 주고 원고를 의뢰하는 게 기획 출판에 해당합니다.

자비 출판은 말 그대로 내 돈으로 찍어내고 싶은 만큼 제작하는 겁니다.

반기획 출판은 앞서 나에게 제한이 왔던 것처럼 작가가 일정 부수를 부담하고 출판 계약을 맺는 형태입니다.

반기획 출판은 내 원고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일단은 거절했습니다.

초장부터 자존심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존심'

초보 작가에게 꼭 필요할까?

일단 책을 한 권 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마음이 고장 나기 직전의 전구 마냥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비록 지금은 까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거라 믿습니다.

자존심 뒤에 자신감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고 완성과 투고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 든든한 이은대 작가님,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도 버티고 있습니다.

희망은 포기할 때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도, 꿈도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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