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애증에서 애정으로

열정과 습관사이의 글쓰기

by 김형준

브런치 조폭 - 브런치에 올린 글이 기하급수적으로 조회수가 올라갔을 때를 일컫는 말.


자고 일어나니 며칠 전 발행한 글이 조폭(조회수 폭발)이 되었다. 통계를 확인할 때마다 누적 조회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8편의 글을 발행했고 누적 조회수 15만을 넘어서고 있다. 2년 전 브런치를 시작했고 2주 전까지 누적수 6만을 겨우 넘어서고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땐 개업 빨 처럼 조회수가 폭발하는 글이 한 두 편 있었다. 그 재미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나는 조회수를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써서 올리는 거다. 조회수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나를 속이는 건 오래가지 못했다.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늘 마음 한쪽에서 조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래 이 정도 내용이면 적어도 몇 천은 나오겠지.'

발행 후 1~2시간 사이 천국과 지옥으로 갈린다. 그 시간이 지나도 조회수에 반응이 없으면 동네잔치로 끝나고 만다. 기대를 하니 실망도 커졌다. 애초 기대를 하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았다. 그래도 매번 다음을 기대하며 몇 개월은 꾸준히 올렸다.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반기지 않는다. 고양이가 주인을 따르며 장난을 칠 때는 줄에 매단 장난감이나 레이저 포인트 같은 걸로 놀아줄 때이다. 그때만큼은 도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몇 개월 동안 글을 올렸지만 브런치는 줄에 매단 장난감도, 레이저 포인트 같은 즐거움도 나에게 주지 않았다.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1년 정도 지났을 때 브런치를 내려놓았다.


다이어트에 가장 큰 적은 익숙한 맛이다. 먹지 않아도 그 맛이 짐작되는 음식만 끊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한 맛은 손이 먼저 가게 된다. 손이 가면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래 이것만 먹고 내일부터는 진짜 안 먹는 거야.'

브런치를 내려놓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했지만 조회수의 유혹까지는 끊지 못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이 내용은 먹힐 것 같은데 한 번 올려볼까'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도 했었다. 익숙한 맛을 다시 한번 맛보길 바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글을 올리면서도 '조회수 안 나오면 어때 쓰는 게 목적이잖아' 라며 스스로를 속이는 척했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또다시 1~2시간의 초조한 기다림이 이어진다. 역시나 였다. 그런 기대가 지칠 법도 한데 그렇게 이어온 게 180여 편이 되어 있었다.

캡처.PNG

열정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브런치는 밀당도 없이 나를 너무 쉽게 허락했다. 시작부터 기운을 빼지 않은 만큼 내 뜻대로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순식간에 얻는 인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통해 한 발 더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열렬이 글을 쓰면서 애정을 가지려 했지만 조회수에 집착한 나머지 애증의 관계가 되어 버렸다. 열정에는 '열렬한 애정'도 있지만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랬다. 그동안 나는 브런치에 열중하고 있었다. 조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글을 한 편씩 올렸을 때 생각보다 못한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에 열중했기에 180여 편이나 되는 결과물을 갖게 되었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습관이라고 한다. '열정'과 '습관' 두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어떤 일(행위)'에 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열정'이 되고, 오랫동안 되풀이하면 '습관'이 된다. 지난 2년 동안 브런치가 조회수에 대한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매일 글을 쓰게 해 준 '열중하는 마음'과 '오랫동안 되풀이' 해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건 확실해 보인다. 최근 며칠 동안 기대했던 조폭을 차고 넘치게 경험했다. 이제는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브런치와 '애증'이 아닌 '애정'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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