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 할 한강대교 여인

by 김형준

이 이야기는 저의 경험담(실화) 입니다.

2002년 12월 30일 늦은 밤이었다.(어찌 잊으랴~~)

당시 내가 살던 곳은 회현동에 있는 고시원이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 노량진에 갔었다. 누구를 만났는지 정확하지 않다.

1시가 넘어서 헤어졌다. 버스가 없었다.(차비도 없었다) 회현동까지는 걸어갈 만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회현동을 가려면 한강대교를 건너야 했다.

인적도 끊기고 지나가는 차도 없다.

한강대교 중간쯤 지날 때 맞은편으로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혼자 다니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스치며 본 그 여인의 눈은 살짝 풀려있었다.

술을 먹은 것 같긴 한데 심하게 취해 보이진 않았다.

걸음이 바르진 않았지만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스쳐 지났다.

몇 걸음 지나 뒤돌아봤다. 느낌이 싸하다.

이런 젠장!!!!

난간에 매달린다. 왜 저러지? 속이 안 좋나? 설마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근데 몸이 넘어가고 있다. 다리 한 쪽이 넘어갔다. 나머지 한쪽도 넘어가고 있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여인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photo-1551987428-cc49e7b9b65b.jpg © sandramrc, 출처 Unsplash 본 내용과는 상관없는 인물임을 밝힘니다.

여인에 다가갔을 땐 이미 난간을 넘어선 뒤였다.

난간 밖에 발을 딛고 서있다.

무작정 달려가 팔을 잡았다.

이런 더 젠장

모피코트를 입고 있다.

미끄럽다.

양 어깨를 잡았다. 몸부림을 친다.

더 미끄럽다. (가만히 좀 있어줄래요)

손에 힘을 줄 수 없다.

한 쪽 팔을 잡았다.

"정신 차리세요!"

"넘어오세요 위험해요"(아마 이 말은 수 십번 한 것 같다)

막무가내다 이 여자!

놓으란 말도 안 한다. 못 알아듣는 말만 해댄다.

한 쪽 팔마저 잡고 있기 힘들어진다.

이놈의 모피코트 더럽게 미끄럽네.

점점 저항이 거세진다.

무조건 놓으라고 난리다.

당신 같으면 놓고 싶겠냐(속마음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떨어지는 거 보면 좋겠냐!(이것도 속마음이다)

그것도 내가 잡고 있던 사람을 내가 놓쳐서 떨어진다면 어쩌란 말이냐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아! 미친다. 내 말은 안 들리나 보다. 여전히 막무가내다.

쌍욕이라도 해서 정신 차리게 해야 하나. 갈등이다. (쌍욕이 뭐예요~~)

미친 척 쌍욕을 해버릴까. 술 취해서 기억 못 할 거다.술 취한 게 아니면 어쩌지. 쌍욕 했다고 되레 욕하면 어쩌지(끝까지 존칭을 썼다 정신 차리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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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붙잡고 있어야 한다. 내 쪽으로 넘겨와야 한다.

시커먼 강물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아찔하다.

강물이 나도 부르는 것 같다. 내가 놓치면 나도 떨어질 것 같다

5분 정도 한 쪽 팔만 붙잡고 실랑이 중이다.

정신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여전히 떨어질 기세다.

나도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술기운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붙잡고 있는 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짧은 순간 뇌리에 스치는 생각

이 여인을 놓치면 나는 어떻게 되지?

이 여인의 가족은 날 원망할건데?

난 범죄를 짓는 건가?

아 복잡하다.

일단은 잡고 있으니 무조건 끌어내야 한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왕 도울 거 빨리 좀 도와주지)

저 멀리 한 남자가 걸어온다.

아마 나처럼 걸어서 어디론가 가고 있나 보다.

아무튼 소리쳐 불렀다.

소리를 들은 남자 눈에도 내 모습이 들어왔다.

열심히 뛰어온다.

상황을 설명할 사이도 없이 함께 붙잡고 들어 올렸다.

이 여인 하늘이 도왔다.

당신은 오늘 죽을 운이 아니었나 보다.

부디 장수하시길.

그렇게 모피코트와의 사투는 마무리되었다.

도와준 남자는 다시 가던 길 간다.(누군지 모르지만 아저씨 덕분에 나도, 그 여인도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보고 마무리하라는 눈빛을 남기고 간다.

마음 같아서는 놔두고 싶지만 짧은 시간 생사를 함께한 정이 들었는지 그냥 두고 못 가겠다

한강대교 중간에는 검문소가 있다.

(한강에 있는 모든 다리에 검문소가 있다. 군부대가 상주해 있다. 군 시절 나의 보직은 서울시내 위치한 부대시설을 보수 하러 다녀서 아주 잘 알고 있다. 군사기밀인데....)

군 시절 한강대교 검문소도 1주일 정도 상주하며 공사했던 곳이라 익숙하다. 이것도 인연인가.

반쯤 정신이 풀린 그 여인을 부축하고 검문소 안으로 들어간다.

군인 아저씨 뭔 일인가 싶어 눈이 동그레 진다.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군인 아저씨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존경의 눈빛인가? 내가 좀 멋있었나?

아~ 나 내일 신문에 나오나! 용감한 시민 뭐 이런 거~~

상 준다면 뭐라고 하지..

"시민으로써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 너무 앞서간다.)

자 군인 아저씨 이제 내 신상을 물어보고 연락처를 물어보셔야죠?

저는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저희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네 잘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나 뭔 생각한 거니, 그리고 뭘 부탁하니.....)..."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본 여인의 표정은 너무도 평안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 못하는 듯 보였다.

나야 개고생을 했지만 그 여인이 무사 한거에 감사하기로 했다.(대견하다~~)

부디 오늘 일이 불현듯 기억나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여인을 뒤로하고 문을 나선다.

여전히 강바람은 차다.

집에 언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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