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훈육을 위해 삭발을 다짐하게 되었다
"어~ 미안하다 얘기하고 있어서 전화 못 받았네."
"많이 바쁜가 보네. 통화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이 시간에 전화를 다 주고?"
"아니, 또 어디서 낮술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낮 술? 갑자기 당기네~ 근처 있으면 한 잔 할까?"
"진짜 그러고 싶다. 몸이 멀으니 아쉽구먼."
"그냥 던진 건데 덥석 무는 걸 보니 뭔 일 있구먼. 무슨 일이고?"
"네 딸이 요즘 문제없냐?"
"문제? 심각한 건 아니어도 간간히 부딪히기는 하지. 아직은 괜찮은 것 같네."
"그러냐. 우리 수지(가명) 때문에 환장하겠다."
"왜? 또 사고 쳤어?"
"그러게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이면 슬슬 사춘기에 접어들 텐데. 자주 부딪히냐?"
"나 삭발을 해야 할까 봐."
"삭발? 지금 머리 기른 지 꽤 됐잖아. 정성도 많이 들였고. 나름 종합 예술하시는 분이 머리를 함부로 자르면 안 되지."
"수지와 약속한 게 있어서 지키려면 머리를 잘라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수지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얼마 전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거짓말하는 게 들키면 그땐 서로의 머리를 자르자는 약속을 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 얼마 전 일어나고 말았다고 한다.
"이번엔 정말 충격을 줘서라도 거짓말을 못 하게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머리를 자르는 게 맞겠지?"
"어쩌자고 그런 약속을 했어. 물론 너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냐만은."
"머리 자르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빨리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았나."
"아내는 뭐라고 해?"
"집사람한테는 말도 못 꺼냈지. 아마 집사람은 또 한 바탕 뒤집어 놓겠지."
"그러게 제수씨 성격이면 충분히 뒤집히고 남겠지."
"너라면 어떻게 할래?"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책에서 배운 대로 말하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에겐 가장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는 하더라.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이에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하더라고."
"그렇지. 먼저 약속해 놓고 꽁무니 빼면 는 또 그러겠지."
"당장 극적인 효과를 바라기보다 그렇게 한 번씩 충격이 쌓이면 아이도 변하게 된다고 하더라만은."
"그러게 단번에 효과를 보면 좋겠지만 그걸 바라고 약속한 것도 아니었고. 이번에 제대로 한 번 보여주면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게 맞겠지?"
"솔직히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라 확신을 못 하겠는데, 수지도 아빠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짐작만 된다."
친구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나는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말밖에 못 했다. 남 일 같지 않았다. 우리 보롱이도 몇 번 거짓말한 게 걸려 혼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반감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사실 조금은 불안하다. 보롱이가 그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다.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척했을 수도 있다. 나도 돌이켜 보면 학생 때 똑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들의 그런 행동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된다. 아이들 스스로 거짓말을 안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바람일 뿐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맞닿드리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책을 읽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배운 대로 되지 않게 된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인 것 같다. 나도 친구일이다 보니 교과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친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보다 앞서 아이를 키우는 인생 선배님들의 더 현명한 방법이 있다면 배워보고 싶다. 정답이 없다는 육아를 위해 지혜로운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