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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03. 2021

많이 먹어도 영양 결핍입니다

 달콤함에 끌려 케이크를 먹게 됩니다. 어느 땐 단맛에 홀려 두 어조각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단맛이 계속 들어가면 이내 질리고 맙니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매일 음식을 먹어줘야 합니다. 매 끼니 마다 다른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연히 익숙한 맛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맛 중에는 케이크처럼 가끔 먹지만 질리는 맛도 있고, 다양한 밑반찬 처럼 자주 먹지만 질리지 않는 맛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일 겁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는 의미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어서는 다양한 영양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아도 몸을 생각해 먹어야 하는 음식도 있습니다.


중학생때로 기억합니다. 사춘기를 지날 때 친구보다 혼자 있길 좋아했습니다. 집에서도 스스로 왕따를 자처했습니다. 혼자 있는게 좋아 먹는 것에도 관심이 적어졌습니다. 당연히 먹는 양도 줄었습니다.  넉넉치 못한 살림이라 집에 먹을 게 없기도 했고, 입이  짧아 반찬도 가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키도 안 자랐고, 얼굴에 버짐이 피기도 했습니다.  양치질을 하고 난 뒤 입 주변을 제대로 씻지 않으면 하얗게 치약이 남는 게 보입니다. 그런 하얀 자국이 입 주변이 아니라 얼굴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걸 '버짐'이라고 부릅니다. 영양 결핍이 있을 때 생기는 거라고 합니다. 골고루 잘 먹어주면 곧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는 그나마 먹을 게 풍족한 편이었지만 자식 얼굴에 핀 버짐을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인 건 고등학교  친구들과 활발하게 지내면서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독립으로 이어지는 동안 부족함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을 넘어 과잉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오히려 줄여야 하는 몸 상태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몸에 과해서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의욕만 앞선 운동이 그렇고, 기초대사량보다 많은 영양 공급이 그렇고,  휴식없이 몸을 축내는 게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든 과하면 얼만 못가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부족하면  문제가 됩니다. 운동량이 부족해 근력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영양이 부족하면 결핍을 부르기도 합니다.

마흔셋, 몸에 영양은 과잉이었지만 정신은 결핍이었습니다. 일에서, 가정에서, 관계에서 바닥을 찍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임시방편이 아닌 나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때 손에 든 게 책이었고,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매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기 편한 것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읽기 편한 것만 읽고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이어진 독서는 편식이 심했습니다. 어렵고 불편한 내용은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합리화시켰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외면하기만 하면 정체될 거란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시기의 문제였습니다.

2021년도 책을 읽고 있습니다. 월말이면 한 달동안  읽은 책을 정리합니다. 작년과 달리  읽은 책의 장르가 다양해졌습니다. 조금씩 편식을 줄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좀 불편한 내용도 있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르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관심사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겁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자연스레 손이 간다는 겁니다. 몸을 위해 편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똑같이 정신을 위해 편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확실합니다. 과해서 좋을 게 없다지만, 독서만큼은 과할수록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몇 안 되는 행위일 겁니다. 이왕이면 편식보다 잡식이, 소식보다 대식이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부족을 채우기 위해 소식을 할지,  대식을 할지는 선택의 문제일 겁니다.

관심사가 넓어질수록 책을 읽는 재미도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맛에서 느끼는 싫증 새로운 맛으로 입맛을 돋워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족한 게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버짐이 피는 일도 없을 겁니다. 손만 뻗으면 원하는 걸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관심만 가지면  배울 방법도 넘쳐납니다. 다만 편식하듯 익숙한 자극만을 쫓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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