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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03. 2021

모차르트에게 배운 글 잘 쓰는 법

글쓰기에 대한 글 쓰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d단조 K.466』


1785년, 모차르트가 29살 되던 해입니다. 이때까지도 모차르트는 다른 작곡가보다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연주회를 소화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해 예정된 연주회가 있었지만 곡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모차르트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작곡을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입니다. 이 곡은 2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모차르트의 곡 중 최고로 꼽힙니다. 급하게 만든 곡이 어떻게 이처럼 위대한 곡이 될 수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내가 쉽게 작품을 쓴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선배들의 음악 가운데 내가 연구하지 않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모차르트의 말입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6살부터 드러났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10년간 각지를 여행하며 수많은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체험과 음악가들과의 교류는 그의 음악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후 궁정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그의 음악적 개성을 단련했다고 평가받는 잘츠부르크 시대를 만들어 냅니다. 이때가 17살이었습니다. 25살, 잘츠부르크를 떠나기까지 『바이올린 소나타 제28번 K.304』,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교향곡 제31번 파리』, 『대관식 미사』 등을 작곡하게 됩니다. 나열한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음악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차르트를 검색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잘츠부르크를 떠난 빈에 정착한 모차르트는 이때부터 지금 우리에게 불멸의 명작으로 전해지는 여러 곡을 만들게 됩니다. 그 기준이 되는 해가 바로 '1785년'입니다. 이후 그가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그리고 지금 제 귀에 흐르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등이 있습니다. 1791년, 그의 나이 35세에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그해 7월, 오페라 『마적』의 완성을 앞둔 어느 날 검은 옷을 입은 낯선 남자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의 의뢰로 생의 마지막 곡인 『레퀴엠』을 작곡하지만 그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로 인해 결국  미완으로 남겨 둔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6살부터 30년 가까이 음악활동을 이어오다 요절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천재는 타고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타고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평범한 다수의 사람과는 분명 어떤 부분에서는 독특함을 갖고 있습니다. 영감이 뛰어나거나, 수리능력이 탁월하거나,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능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타고는 능력 이면에 노력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차르트의 말처럼 그보다 앞서 활동한 음악가의 모든 음악을 연구했다는 노력이 그를 천재 작곡가로 만든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모멘텀 - 1785』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을 비롯해 14곡이 담긴 음반입니다. 지난 6, 7월 세 번째 원고를 쓰면서 거의 매일 들었습니다. 두 달 동안 음악만 들었습니다. 이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모차르트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들어가는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정보를 뒤적이다가 그제야 이 앨범과 모차르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가 선배들의 음악을 모조리 분석했다는 게 와닿았습니다. 막연히 타고난 천재인 줄만 알았지 그 같은 노력을 했을 거란 짐작을 못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타고나는 것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요. 


글쓰기를 업으로 정하고부터 글 쓰는 행위에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풀타임으로 글을 쓰지 못하지만, 하루 중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전력을 다해 쓰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제가 쓴 글을 보면 천재성은 없는 게 확실합니다. 여기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비교도 안 될 만큼 잘 쓴 글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러니 믿을 건 노력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업으로 정하고 하는 이상 대박은 못 쳐도 적어도 중박은 터트려야 생계는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중박의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정한 기준은 월급쟁이보다는 여유롭게 살고 싶은 정도입니다. 이 또한 기준이 모호합니다. 여유롭다는 건 정하기 나름입니다. 100만 원에도 만족하면 여유로운 것이고, 1천만 원을 벌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초라해지는 겁니다. 이런 상대적인 기준이 아닌, 제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은 대중의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도 호불호는 있을 겁니다. 이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가 잘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정하는 것도 전략일 겁니다. 적어도 그들에겐 만족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3개월 전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데 꼭 필요한 한 가지가 촉촉한 감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감성을 키위기 위해서 음악 특히, 클래식이 도움이 된다고 책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모차르트 모멘텀 - 1785』 이 앨범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다양한 악기 음이 들렸습니다. 스토리의 기승전결처럼 한 곡 구성도 조금씩 눈치채고 있습니다. 악기와 스토리로 음악을 들으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빠르고 강하고 한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개가 또 듣고 싶게 만듭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메시지를 전하고, 시간을 두고 읽어도 여운이 남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방법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천재성을 갖고 태어난 모차르트도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듯, 천재성이 없는 저는 그보다 더 노력하면 될 겁니다. 그 방법은 잘 쓴 이들의 글을 읽고 공부하고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하면 될 겁니다. 마치 모차르트가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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