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았습니다. 조바심은 갖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찾고 싶었습니다. 분명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선택입니다. 책과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해왔습니다. 책과 글은 읽혀야 하는 매체입니다. 브런치, 블로그에 발행해 놓으면 관심 있는 이들에 한해 읽히는 수단입니다. 조금 수동적입니다. 이에 반대되는 활동이 강연입니다. 콘텐츠를 정해 과정을 구성하고 홍보하고 사람을 모아 얼굴을 보며 전달하는 형태입니다. 보다 능동적입니다. 그런 만큼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준비의 시작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부터 고민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흐릿해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묻고 있었습니다.
브런치 알람 종이 울립니다. 근래 올린 글도 없어 별 기대 안 하고 눌렀습니다. 강의 제안이 담긴 글입니다. 자세를 고치고 호흡을 가다듬고 메일을 엽니다. 제안자의 간단한 소개 뒤 강연 취지와 일정이 담긴 장문의 안내글이 따라붙었습니다. 한 글자 읽을 때마다 가슴도 빨리 뜁니다. 마지막 줄까지 읽으니 조금 과장을 보태 숨을 헐떡였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두 번 더 읽었습니다. 겹치는 일정이 있는지만 확인한 후 답장 메시지를 썼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겠습니다."
이렇게 강연 섭외를 받았습니다. 글만 썼을 뿐인데요.
다시 답장이 왔습니다.
'프로필 사진과 약력을 정리하여 보내주세요.'
얼마 전 투고를 준비하며 한 장 짜리 개인 프로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내용도 고민되고 제대로 된 사진도 없어 손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필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니 발등에 불이 붙었습니다. 셀카라도 찍어야겠습니다. 스마트폰 어플 도움을 받아 보정도 해야겠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지난 주말 2년 만에 염색을 했다는 겁니다. 새치가 검은 머리보다 많아 만나는 사람마다 한 소리 들었습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염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커트만 예약해서 염색을 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다행히 원장님의 배려로 흰 머리카락을 감출 수 있었습니다. 수고 한 보람을 이렇게 보상받는가 봅니다. 다음 날 평소처럼 6시에 출근했습니다. 상의만 셔츠로 갈아입고 사무실 형광등을 조명삼아 자세를 잡아봅니다. 갑 티슈에 기대 놓고 셀카 모드로 인터넷에서 본 포즈를 취해 봅니다. 표정, 몸동작 모든 게 어색합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다시 포즈를 잡아봅니다. 자세를 바꿔가며 찍기를 80여 장. 더 이상 표정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머리도 굳어서 차별화된 포즈도 안 떠오릅니다. 6장을 골라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이왕 찍는 거 스튜디오 가서 찍으라고 했던 아내가 애썼다면 두 장을 골라 줍니다. 교집합이 된 사진이 있어 다행입니다. 이렇게 급조한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약력을 적어 보냈습니다. 몇 시간 뒤 행사 포스터 이미지를 보내왔습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됐구나.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제1장 일상에서 표하다.
- 내가 하려 했던 그 말
제가 맡은 주제입니다. 저는 말주변이 없습니다. 사교성도 부족해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대화도 적극적인 편이 아닙니다. 대신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었고, 적고 있습니다. 기록을 남겼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일상, 생각, 감정, 느낌들을 글로 적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 얻은 것, 고민도 글로 남겼습니다. 입으로 내뱉는 대신 글로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하려 했던 그 말'을 블로그에, 브런치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말했습니다. 그렇게 4년 가까이하려 했던 말이 쌓여 있습니다. 떨리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쌓아둔 글이 없었다면 겁부터 났을 겁니다. 어쩌면 섭외를 거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섭외에 응했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버벅댈 수도 있습니다. 강원국 작가도 수 백번 강연을 했지만 매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경험이 적은 제가 긴장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한 결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2주 남았습니다. 연휴 동안 본격적으로 준비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추려 스토리를 짤 겁니다. 필요하면 PPT도 만듭니다. 기회가 닿은 만큼 지금까지의 고민에 실마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선명하게 그려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좁혀 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을 거라 믿습니다. 조바심 내지 않습니다. 내 속도대로 하나씩 준비합니다. 밑동이 넓은 탑이 위로 올라가도 흔들림이 덜한 법입니다. 부족하면 채우고, 모르면 배우면서 밑동을 다져갑니다. 첫 발을 디디면 다음 발은 자연스레 따라올 겁니다. 그렇게 한 발 씩 걸어가면 됩니다. 걷다 보면 바라는 곳에 닿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