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대한 반성문
세상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현상이 많습니다. 학생 때 방학은 시작과 동시에 끝나는 것 같고, 몇십 분을 기다려도 안 오던 버스가 택시를 타면 눈앞으로 지나가고, 마트 계산대 중 내가 서 있는 줄이 제일 늦는 것 같은 그런 현상들입니다. 그중 추석이나 설 명절은 운전 몇 번, 식사 몇 끼 먹고 나면 끝나버립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으며 수다 좀 떨면 금방 헤어질 시간이 됩니다. 그렇게 돌아서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내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게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올해 추석은 5일을 쉬었습니다. 처음 이틀은 일정이 없어 집에서 보냈습니다. 여느 주말 풍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근할 때보다 1시간 정도 더 잤습니다. 책도 덜 읽고 글도 안 썼습니다. 아침은 커피 한 잔. 점심은 밥이나 샐러드 조금. 저녁은 든든하게. 일요일 저녁, 약속이 생겼습니다. 강진에 사는 29년 지기 친구가 서울 본가에 온다는 겁니다. 평소 명절이었으면 여기저기 불려 다녔지만 다행히 이번엔 여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 한 명을 더해 셋이 만나기로 했지만 한 친구는 일정이 안 맞아 둘 만 보기로 했습니다. 한 명이 빠져 김이 새면서 간단하게 저녁만 먹자 마음먹고 나갔습니다. 식당이 늦게까지 영업을 안 해 일찍 만났습니다. 5시부터 저녁을 먹긴 애매했습니다. 간단하게 꼬치에 소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이성의 끈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마시려고 했습니다. 소주 한 잔에 물 한 모금 안주까지 곁들이며 들어가는 알코올을 희석하려 애썼습니다. 친구도 나도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천천히 마셨습니다. 대신 말을 많이 했습니다. 말을 많이 하니 입이 바짝 마르고, 입이 마르니 물 대신 소주를 한 잔 들이켭니다. 그러니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 안주도 덩달아 양이 줄어 갑니다. 주량을 늘리는 소주 한 병의 황금비율 일곱 잔 반. 어김없이 말려들었습니다. 그렇게 사이좋게 한 병씩 나눠 마시고 나니 저녁밥 먹을 시간이 됩니다. 이쯤 헤어진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데 서로만 아쉬워 저녁밥을 핑계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미 두 끼 이상은 먹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라는 어쭙잖은 이유를 대며 고깃집으로 뱡향을 틉니다. 평소 식단관리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고기를 먹여주고 싶답니다. 마다할 이유 없습니다. 더욱이 한우라고 하니 마다하면 예의가 아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에게도 한우 먹을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우 3인분 400g, 냉면 반 그릇씩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물론 소주도 한 병씩 더 마셨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읽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둘이서만 맛있는 걸 먹은 것 같아 헤어지기 전 서로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줄 '뚱뚱 마카롱' 9개 들이 한 세트씩 샀습니다. 뚱뚱 마카롱은 이름 그대로 보통 마카롱보다 내용물이 두 배 더 들어간, 칼로리계의 폭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손에 한 세트씩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9시쯤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반기기보다 손에 들린 마카롱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눈에 보이니 안 먹을 수 없습니다. 식탁에 모여 앉아 하나 씩 맛을 봅니다.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먹어도 단맛에 혀를 내두릅니다. 한 입 베어 무니 머리가 찡할 정도 달달합니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먹습니다. 오늘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놔주기로 했습니다. 점점 술기운이 오르면서 잠도 쏟아집니다. 11시도 안돼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본격적인 명절 연휴입니다. 눈만 돌리면 먹을 게 들어옵니다. 일찍 어머니 집엘 가니 이미 음식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제하려 했습니다. 먹는 양도 절제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먹는 것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같고 있습니다.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반응을 의미합니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원인 중 항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과 함께 식단 조절을 하지 않으면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식단 조절은 음식의 종류와 먹는 양을 조절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시작 전 평소 세 끼를 먹었다면 다이어트를 할 땐 두 끼만 먹거나 세 끼를 먹되 양을 반으로 줄이거나 합니다. 이 말은 먹는 양이 이전보다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평소 세 끼 먹는 양에 맞춰져 있던 몸이 먹는 양이 줄면서 기초대사량도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일정기간 경과하면서 우리 몸도 줄어든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는 항상성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다이어트 전 세 끼 먹고 기초대사량에 필요한 '100'만큼 에너지를 채웠다면, 다이어트 이후 '60'만 먹으며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게끔 변화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60'을 기준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는 2/3만 먹어도 몸의 기능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바꿔 말하면 명절 같은 때 먹는 걸 조절하지 못해 평소보다 많은 '100'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은 '60'만 영양분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40은 지방의 형태로 몸에 보관하게 됩니다. 혹자는 명절에 하루 이틀 먹었다고 살이 찐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합니다. 맞습니다. 하루 이틀 먹는다고 살이 찌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하루 이틀 먹은 게 '트리거'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이어오며 음식에 대한 강박이 있다가 명절 음식이 '트리거'가 되어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되살아 난다는 겁니다. 우리 뇌는 힘들고 불편한 것보다 편하고 쉬운 걸 더 좋아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그동안 억눌렀던 뇌를 자유롭게 하는 데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합니다. 그게 시작이 되어 점점 느슨해지고 하나씩 허락하게 되면서 어느새 예전의 식습관을 돌아가버리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힘들게 빠졌던 살이 더 빨리 찌게 됩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며 매일 의식처럼 하는 게 있습니다. 몸무게를 잽니다. 몸무게에 집착하지 말라고 합니다. 몸무게 집착하면 강박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단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저는 매일 몸무게를 재면서 의지를 다집니다.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자극제로 활용합니다. 오늘 잰 몸무게는 명절 시작 전 보다 2kg 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집니다. 내가 왜 단식 습관을 갖기로 했는지 되새겨 봅니다. 나 스스로 정한 원칙도 되뇌어 봅니다. 이제 명절도 끝났습니다. 다가올 설 명절에도 여유롭게 먹기 위해 다시 식단 조절이 필요합니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유지하며 건강을 되찾아가는 식습관을 유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