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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24. 2021

하고 싶은말을 글로 쓰다(1)

말 보다 글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강의 듣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심스럽게 채워갔습니다.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앞으로 내 생각, 감정, 관심사 등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 다리 역할을 블로그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만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하거나, 내 콘텐츠가 다수의 눈길을 끌 수 있을 만큼 참신해야 했습니다. 후자는 고민하고 다듬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급한 대로 손품을 팔아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웃수를 늘리며 매일 글을 올렸습니다. 시간과 글이 쌓일수록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쓰는 글도 신중해졌습니다. 이왕이면 나를 찾아온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삶을 뒤흔들 만큼의 깨달음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하루를 살면서 내가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힌 것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같은 글을 읽어도 사람마다 반응은 달랐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가 힌트를 얻었다는 이도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이도 있고, 본인의 처지가 최악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피드백을 볼 때면 글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저 내 생각, 감정, 경험을 적었을 뿐인데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받았습니다. 공감은 대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이들과 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된 건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안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와도 연결 가능한 세상입니다. 쇼핑, 영화, 교육, 비즈니스 등 마음만 먹으면 일상 모든 걸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의 관심사에 따라 어느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연결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얇은 연결이 될 수도, 깊은 관계로의 발전도 가능할 겁니다. 언뜻 보면 연결이 쉬워진 만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 또한 쉬워 보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더 빠르고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SNS를 이용해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쉬워졌습니다. 나의 관심사에 따라 더 다양한 사람과의 연결을 SNS가 해주고 있습니다. 연결이 제한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때였습니다. 마주할 기회라도 있으면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온라인 세상의 발전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온라인의 발전은 어쩌면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연결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연결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분명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고 소외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적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상식이 상식이 아닌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소외되고 단절되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2018년 잡코리아에서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연결이 쉬워진 만큼 외로움도 덜 느껴야 하는 걸 아닐까요?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기 어렵습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로운 담당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미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손안에 스마트 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 필요가 없어져서 일수도 있습니다. 기회의 불평등,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조직문화, 부의 양극화 등 노력해도 손에 쥘 수 있는 게 적어지는 현실도 한몫할 겁니다. 일단 나 라도 잘 살자, 아니 나 혼자라도 잘 살아내는 게 주변 사람을 돕는 거라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타인과의 연결이 무의미해집니다. 나 혼자 사는 데 타인은 걸림돌일 뿐입니다. 


 저도 타고나기를 사람들 앞에 서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학생 때도 같은 반에 존재감 없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발표도 못했고, 질문도 못했고,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 마주치는 게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건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사교성이 좋아서 금방 친해지는 성격도 못 됩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겐 시간을 두고 마음을 열지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기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랬던 저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계기는 글을 쓰면서부터였습니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에 하고 싶은 말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어쩌면 온라인 세상의 장점 덕분에 용기를 냈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얼굴을 마주하며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원치 않는 말을 듣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글로 표현하면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양한 사람과 얕고 깊은 관계로 자연스레 정리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맹목적인 공감을 바랐거나 무조건적인 친밀감을 바랐다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는 단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얼굴 마주하고 말로 대화하는 대신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글로 대화를 했던 겁니다. 글을 매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들어진 관계 덕분에 위로와 격려 응원을 받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버커스는 인생과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약한 연결'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약한 연결은 저처럼 온라인 속 연결을 일수 있고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쓰다보니 분량이 많아져 두 번에 나누어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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