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Aug 11. 2021

글의 전달력을 높이는 두 가지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타인을 향한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되면 살인이 될 수 있다. 나를 향한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되면 자살이 될 수 있다. 둘 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다. 나를 죽이든 타인을 죽이든 총은 그렇다. 타인을 향한 펜 끝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펜을 든 사람이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작정하고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의도치 않게 악의적인 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의도가 어떠하든 자신을 통해 나온 글이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어떤 글이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글은 내 안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나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글은 있을 수 없다. 이때 어떤 의도를 갖고 쓰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아무 생각 없이, 의도 없이 쓰는 건 불가능하다. 단 한 문장을 쓰더라도 의식이 담길 수밖에 없다. 의식은 내 안에 존재한다. 내 안의 의식이 펜 끝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첫 문장부터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그분은 얼마 전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읽게 되었고,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해볼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쓴 것뿐인데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 글이나 함부로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한 문장을 쓰더라도 진심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아픔을 드러내 타인이 위로를 받는다면, 반대로 악의적인 글을 쓰면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은 모두 내 안에서 나온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쓰느냐에 따라 위로가 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글입니다. 위 문단의 글은 '설명'하는 식의 관념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문단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담긴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저는 전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글의 주제는 '글이 갖는 힘'입니다. 처음 글은 어디서 본 듯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흔히 공자님 말씀 같은 문장들을 늘어놓았습니다. 독자에게 의식을 갖고 글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며 설득하는 듯한 내용입니다. 공감을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독자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지양해야 한다고 글쓰기 책이나 강의에서 강조합니다. 


반대로 아래의 글은 글쓴이의 경험을 토대로 썼습니다. 독자를 자신이 경험한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그래서 독자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저자가 느낀 것을 공유하는 겁니다. 공유한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설득하겠다는 의도를 갖지 않아도 자연스레 뜻이 전달되는 겁니다. 그래서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지향합니다. 


글의 주제에 따라 쓰는 형식도 달라집니다. 형식에 따라 전달력 또한 달라집니다.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명확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글이 알맞습니다. 객관적인 정보 전달은 사실만을 담는 게 전달력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전달력을 끌어오리는 장치로 경험이 담긴 스토리를 더 하는 겁니다.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보다 더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했다가 아닌, 나는 이렇게 했다는 것만큼 글에 힘을 실어주는 장치는 없습니다. 내가 경험해서 얻는 결과이니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형식의 글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르가 '자기 계발'입니다. 부동산, 주식 투자, 재테크, 대화법, 성공 사례 등 다양한 주제에 활용됩니다.  


한 편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를 담아야 합니다.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 경험, 근거도 필요합니다. 이때 근거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고, 경험을 담은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만약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주제를 전달하기 전에 외면받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설명은 독자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경험만 늘어놓으면 신뢰받지 못한 글이 됩니다. 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내용에서 다루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