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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3. 2021

매일 쓰겠다는 의지는
어디서 오는가?

답은 내 안에 있습니다

2년 2개월 군 생활 동안 매달 담배 보급을 받았습니다. 흡연 여부를 묻지 않고 모두 똑같이 지급했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군대 있는 기간도 담배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보급받는 담배는 제 손에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일, 이등병 때는 선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진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짬밥 좀 먹었을 때는 선임에게 팔아 용돈으로 사용했습니다. 담뱃값이 1000원이던 때였습니다. 군대에서 보급받은 거니 훨씬 저렴하게 팔았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담배를 팔고 나면 PX에서 냉동식품으로 한 끼를 해결할 정도는 손에 들어왔습니다. 훈련 중, 작업 중 담배의 유혹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대원이 쉬는 시간이면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 안에서 뻘쭘하게 앉아있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겁니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는 많은 이들은 쉬는 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피게 되었다고 합니다. 농담이지만 담배 안 피우면 쉬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스무 살 이후 지금까지 담배는 입에 안 대고 있습니다. 한두 번 피워보려고 했지만 몸이 거부해 결국 안 피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담배를 안 피운 건 손에 꼽을 만큼 잘한 일입니다. 그렇게 꿋꿋하게 버틴 덕분에 주변 사람에게 부러움을 살 때면 제 자신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담배처럼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걸 멀리 하는 건 의지가 필요할 겁니다. 이런 의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제 경우는 담배를 피워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입니다. 물론 몸에서 받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일찍 담배를 배운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중학교 때부터 피운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호기심에 시작해 끊지 못할 정도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피울 때는 기분이 좋지만 못 피울 때는 짜증이 나고, 달리기를 해도 금방 숨이 차고, 담배를 사기 위해 용돈을 더 쓰게 되는 등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게 더 많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듣고 피워야겠다는 생각보다 피우면 안 되겠다는 쪽으로 확신을 가졌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의 이야기 만으로도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할지 말지 선택은 그다음일 겁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의지는 필요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량을 떠나 쓴다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입니다. 또 이성과 감성이 탈탈 털리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떠다는 단어는 많지만 정작 글로 표현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 한참을 멍하니 있기도 합니다.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어렵고 힘들게 여겨져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매일 쓰려고 하지만 쓰는 그 순간은 힘이 듭니다. 이유는 다르지 않습니다. 글감도 안 떠오르고, 주제를 잡기도 어렵고, 표현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안 따라줍니다. 그래도 매일 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써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쓰는 사람 '작가'가 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매일 쓰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매일 자신이 정해놓은 분량을 채우는 사람이 작가라고 했습니다. 쓰는 행위 통해 스스로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해야 가야 합니다. 쓰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건 명확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좋은 점이 드러났고 삶에 적용할수록 삶이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유가 명확하고 동기가 생기니 의지는 자연스레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담배가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피우지 않기로 의지를 다짐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처럼 작가로서의 삶이 아니라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개개인마다 있기 마련입니다. 글감, 표현, 주제는 외부적인 요인입니다. 외적인 건 얼마든 연습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말이지요. 써야 하는 이유는 내 안에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쓸지 말지 흔들리고 있다면 잠시 화면을 덮고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 답이 있을 겁니다. 세상에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습니다. 문제의 답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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