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주차원에게 갑질 하는 고객.
식당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상전 대접받으려는 손님.
관공서에서 이름을 팔며 편의를 바라는 민원인.
우리는 이들을 속된 표현으로 '진상'이라 부릅니다.
'진상'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겉보기에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
갑질 하는 고객, 상전 대접받으려는 손님, 편의만 바라는 민원인.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은 덜 차고 질이 나쁜 사람이라 해석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진상' 짓을 하면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온라인에 관련 기사가 뜨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마디씩 거듭니다.
어쩌면 대놓고 앞담화를 하는 걸 수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당당하게 밝히면서 잘못된 부분을 꼬집어 이야기합니다.
앞담화는 역기능이 있는 반면 순기능도 있습니다.
바른 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진상짓 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이런 문화가 차츰차츰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인식을 퍼트려주고 있습니다.
회사는 조직의 크기가 크든 작든 진상 직원이 한 명씩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진상의 기준은 다릅니다.
충성심이 남달라 자신의 역할에 과 몰입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상사,
동료애는 손톱의 때라 여기며 이기심 가득 혼자 잘난 척하는 직원,
애사심을 가장해 자신의 사욕을 챙기는 대표 등
이들을 두고 진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상사, 동료, 대표를 두고 있는 조직에서는
뒷담화가 끊이지 않을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대놓고 뒷담화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내용이 읽는 관점에 따라
시덮잖은 뒷담화가 될 수도 있고,
'나는 회사에서 어떤 사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길 바라며 적어보겠습니다.
건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현장소장'을 현장의 꽃이라고 표현합니다.
꽃이 피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
현장소장이 되는 것도 경력, 경험, 지혜가 복합적으로
갖춰졌을 때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장소장은 회사 대표를 대신해 현장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신이 인간을 모두 보살피지 못해 어머니를 만들어 보냈듯이 말입니다.
그만큼 현장소장은 책임이 따르는 직위입니다.
지금 직장은 3년 4개월째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K부장이 있습니다.
부장이면 현장소장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K부장으로 인해 동료들이 겪는 불편과
대외적으로 회사에 끼치는 손해가 실로 버라이어티 합니다.
K부장은 이기주의의 끝판왕입니다.
동료의 도움이 필요할 땐 웃으며 접근하지만,
동료들이 도움을 요청할 땐 얼굴색부터 바뀌며 모른 척합니다.
방법은 늘 똑같습니다.
"부장님이 대구 현장 맡았었죠? 하자가 났다는 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책임'관련 내용이면 듣는 순간부터 표정이 바뀝니다.
"내가 하긴 했지. 근데 그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길게 말하지 않습니다. '모르겠는데' 한 마디면 모든 게 끝입니다.
여기서 더 따지고 들어가면 되려 역성을 내며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차라리 내가 하든가 담당 임원이 나서 해결하고 말아 버립니다.
반대의 경우는 더 기가 막힙니다.
자신의 업무 중 다른 부서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부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탁을 할 때는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김 차장, 광주 현장 자금 집행 자료가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을까요?"
아주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평소에 볼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옵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해 요청하면 개 닭 보듯 하던 표정이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땐 어쩜 저렇게 해맑을 수 있는지 연구대상이 따로 없습니다.
조직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업무가 진행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 안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고 양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지키기는 게 직장인의 의무일 겁니다.
하지만 K부장은 이마저도 자신의 입맛에 따라 달리합니다.
"이 양식은 상무님이 만드셨잖아요. 다른 데서는 이렇게 안 했었는데요."
"지금 양식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 그 안에 담길 내용이 잘못 됐다고 말하잖아.
이렇게 보내서 회사에 손해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 질 거야?"
회사가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전의 규칙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대안 없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건 오만일 뿐입니다.
또 상사의 지시를 받는 건
그 지시 안에 상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이 터지면 책임은 상사가 지고 부하직원은
어느 정도 면피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K부장,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도 않으면서
책임도 안 집니다.
한 마디로 상사 복장만 터트립니다.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묻는 분이 있을 겁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개개인이 추구하는 점은 다를 겁니다.
불타는 충성심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이들도 있고,
주어진 역할만큼만 해내는 사람이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역할마저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입니다.
이익을 내야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더 일하는 사람도 있고
남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지금 나는 내 역할을 100% 해내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내 욕심만 챙기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K부장을 다들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K부장을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꼽습니다.
그로 인해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를 통해 여러 번 지적을 받아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굳이 잘 지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도움받을 일도 안 만들고, 도와줄 빌미도 안 주려고 합니다.
덕분에 저도 K부장처럼 누군가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는지 수시로 돌아보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허름하고 질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