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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24. 2021

1043일, 브런치가 나에게 준 것

결산 리포트 좋아요!

기업은 요즘이 제일 바쁜 시기라고 한다. 부서마다 내년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기업의 경영 계획을 새롭게 구상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한 해 동안의 실적을 점검하는 것이다. 지난해 세운 계획을 얼마나 성취했는지부터 확인해야 과부족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그런 뒤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대책이 나오고 초과 성과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년 초에 세웠던 계획 중 달성한 것과 그렇지 못한 걸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 목표를 새로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개인도 내년 계획을 세우는데 바쁜 요즘이다. 


며칠 전 브런치로부터 결산 보고서를 받았다. 3년 가까이 글을 남기고 있지만 올해 처음 받아본다. 보고서를 받은 날 기준 1043일간의 결과를 담고 있었다. 주요 키워드는 직장인, 총 발행 글은 259개, 누적 조회수 35만, 구독자 276명, 라이킷 4,561로 상위 1%라는 수치가 그동안의 나를 말해주었다.   

1,043일 동안 259개의 글, 숫자만 놓고 보면 적은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당시는 블로그에 진심을 다하고 있었다. 1일 1포스팅을 하고 있을 만큼 열심히 였다. 열심히는 했지만 블로그는 기대만큼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다. 2년 가까이 매일 올렸지만 저품질 블로그가 되는 것 같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반대로 브런치는 신규 작가에게 조회수라는 인센티브를 주며 발을 깊이 담그는 당근을 줬다. 당근을 맛보니 더 먹고 싶었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병행하며 초반 러시를 했다.


블로그에는 책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올렸다. 브런치는 조금 다른 내용을 써야 할 것 같았다.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담고 싶었다. 블로그처럼 아이디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주제의식을 갖게 된 것 같다. 나름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통과했으니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봐 줬는지 조회수 높은 글이 꽤 나왔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메인에 올라가는지 알 수 없지만 잊힐만하면 한 번씩 조회수를 폭탄을 선물해주며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블로그 운영 3년 만에 이웃수가 5천 명을 넘었다. 시간에 비하면 적은 숫자 일수 있다. 이웃수에 집착했으면 진작에 넘었을 숫자였다. 브런치는 구독자는 276명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다. 예전에 스테르담 작가님의 브런치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분은 브런치의 구독자는 블로그의 이웃과는 개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는 브런치의 심사과정 때문이라고 했다. 구독자가 될 수 있는 건 브런치 작가에 한해서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건 어느 정도 글쓰기에 진심인 분들이고, 그런 분들의 구독을 받는다는 건 분명 블로그의 이웃수와는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작가님은 브런치 구독자 1명이 블로그 이웃 100명에 버금간다고 말했던 것 같다. 자부심을 팍팍 올려주는 말씀이었다. 구독자 수에 대해 다른 생각을 접하고 나니 1천 명 이상 구독자를 둔 다른 작가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만큼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브런치를 하면서 늘 부족했던 게 '소통'이었다. 글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은 댓글과 답글이다.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내가 먼저 소통하지 않으면서 남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길 바라고만 있었다. 구독자 수도 많고 소통을 잘하는 여느 작가님을 보면 늘 먼저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남겨주었다. 그런 분들이 진정 브런치에 진심인 분들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를 소통의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은 블로그도 포기하지 못하겠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다. 또 브런치에도 진심을 다하고 싶다. 분명 두 곳에 올리는 글의 성격이 다르다. 또 반응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내년 계획과 목표를 위해서는 둘 다 가져가야 한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못할 것 같으면 두 배의 노력을 하면 된다. 올해를 채우면 4년째 변화를 위한 자기 계발을 해오고 있다. 내년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지난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브런치를 통해 전환의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 


지난 1043일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브런치에 감사하다. 글을 쓰는 의미와 소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를 돌아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미래를 꿈꾸기보다 오늘 하루에 진심을 다해 살고 싶다. 그런 하루가 쌓인다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름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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