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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6. 2021

오늘도 그냥 씁니다.

습작하는 김작가 - 07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시간을 더 투자하고, 독자를 더 고려하면서 쓰는 글이 더 어려워질 수는 없다. 논지는 더 선명해지고, 비유는 더 참신해지고, 읽기에 더 미끈해진다. 물론 독자들은 쉬운 글은 쉽게 썼을 거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으며 이해가 쏙쏙 되면 자가 머리가 좋아서 그런 줄 안다. 섭섭하지만 별도리 없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고 침 한번 꿀떡 삼킬밖에.


《창작과 빈병》 - 배상문





어제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어제 집에서 밥 먹었다.


내가 하려던 것은 이것이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니었다.


올해 연말 직장 건강검진에 해당되지 않았다.

건강검진 대상이 아니었다.


글 전체 문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아래 문장처럼 줄여도 의미 전달은 됩니다. 줄인 문장이 소리 내 읽기에도 막힘이 덜 합니다. 조사를 빼고, 단어 바꾸고, 문장 구조를 바꾸는 과정을 퇴고라고 합니다. 초고는 떠오르는 내용을 빠르게 써 내려가기 위해 문장 형식이나 맞춤법, 단어 등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초고는 말 그대로 내용을 채우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글이 글 다워지는 건 퇴고 과정에서 입니다. 퇴고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읽기 쉽고 의미 전달이 잘 되는 글로 거듭납니다. 글 실력도 퇴고를 많이 할수록 나아진다고 합니다.


2018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의욕만 앞섰습니다. 참신하지도, 선명하지도, 미끈하게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잘 써질 리 없었습니다. 힘들여 쓴 글은 혹평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주제도 그저 그렇고, 내용도 흐리멍덩하고, 문장도 여기저기 삐걱댔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책을 읽고 이름난 강사를 쫓아다니며 배웠습니다. 그렇게 3년째 읽고 쓰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개인 저서로 3권을 썼습니다. 한 권은 출간 예정, 한 권은 전자책으로 출간, 한 권은 출판사를 찾고 있습니다. 투고 과정에서 몇 곳의 출판사로부터 간단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내용이 잘 읽힌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제가 출판사의 성격에 맞지는 앉지만  글은 술술 읽힌다고 했습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문장력을 키우기 위해 지금도 공부하고 연습합니다. 여전히 비문을 쓰기도 하고, 글을 글처럼 써서 읽기 거북하기도 합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편의 글로 저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평가받을 깜냥도 아닙니다. 내게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연습할 뿐입니다. 가끔 유려한 문장이 얻어걸리면 공부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문장들이 쌓이면서 술술 읽히는 글도 쓰게 될 거라 믿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좀 더 쉬운 글로 쓰기 위해 배우고 익히고 연습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배운 한 가지는, 연습하면 할수록 문장력은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배움은 단 한 번에 완성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악기, 기술, 춤 어느 것 하나 연습 없이는 바라는 수준에 닿지 못합니다.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을 때 실력도 빛이 날 것입니다. 최근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  '스우파' 참가자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마다 춤에 대한 소신과 사연이 있었습니다. 언제 시작했 건 스무 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딴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춤에만 진심을 다했다는 게 공통점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없을 겁니다. 스스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매일 연습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정규 교육 12년, 대학 4년, 직장 생활 20년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 없습니다. 긴 시간 제대로 된 연습을 못 했기에 잘 쓰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늦게나마 글을 쓰겠다고 달려든 이상 제대로 쓰고 싶었고, 그만큼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수준을 평가받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쓴 글은 잘 읽힌다는 말은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게 쓰고 있지만, 머지않아 어렵지 않게 쉬운 글을 쓰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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