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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5. 2021

글쓰기,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위

습작하는 김작가 - 06


글쓰기의 심장에 있는 본질적인 행위는 준다는 것이다. 거기엔 뭔가 환원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면이 있다.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누군가에게 뭔가를 건네는 것,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것, 자신을 선물로 주는 경우라면-글쓰기가 늘 그렇듯이-상대가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광적으로 찬양하다 보면 '준다는 것'이 드물고 특별한 일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힘 있는 글쓰기》 - 피터 엘보






3년째 블로그 운영 중이지만 조회 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 2년 동안 1일 1포스팅 했었다.

책 읽고 서평 쓰고

에세이 써 올리고

동기 부여되는 글도 올렸다.

그렇게 올렸지만 조회 수는 두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블로그 관련 강의도 몇 번 들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브런치는 사정이 다르다.

블로그보다 늦게 시작했다.

글은 주로 에세이나 동기부여, 자기 계발 관련 내용이다.

발행 글 수도 블로그보다 5배 적다.

근데 조회 수는 블로그보다 5배 많다.

같은 글이라도 블로그는 노출이 전혀 안 된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진심이 아닌 적 없었다.

분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 한 편을 쓰는 데 정성과 진심을 다했다.

1일 1포 스팅을 남길 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글 솜씨가 서툴고 내용이 빈약해도 진정성 하나만은 남 못지않다고 자부했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것 같다.

정성, 진심, 진정성,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면 조회 수 따위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안타깝지만 좋은 글, 도움이 되는 글의 기준은 조회 수가 좌우했다.


블로그만의 검색 로직과 내용의 적합성을 따져 노출 및 조회 수가 달라졌다.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아무리 써도 블로그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는 글은 없었다.

조회 수만 놓고 보면 세 자리 가 최대였다. 

어느 순간부터 회의가 들었다.

누굴 위해 조회 수에 집착하고 있었을까?

조회 수 보다 내 성장을 위해 쓰는 게 맞지 않을까?

한동안 심한 현타를 겪고 나서 블로그 포스팅을 멈췄었다.


그리고 요즘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습작과 책을 읽고 난 간단한 서평 위주다.

매번 정성껏 쓰고 있지만 여전히 조회 수는 바닥을 기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건, 스스로 정한 목적 때문에 포스팅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부족한 글 실력을 키우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정해 습작 중이다.

28일째 매일 포스팅으로 남기고 있다.

'조회 수가 적어도 무시한다'라고 쓰고 싶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신경은 쓰이지만 그보다 매일 습작하며 글을 남기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먼저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브런치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 이유도 있다.

브런치는 진입 장벽부터 존재한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듯, 한 편의 글을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정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그렇게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라 글의 완성도도 남다르다. 

블로그가 정보성 글에 집중한다면,

브런치는 정보성 보다 사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포털 메인에 자리한다.

나도 몇 편의 글이 메인에 노출되면서 

고맙게도 과분한 조회 수를 얻게 되었다.


브런치에서도 간사함은 여지없다.

물론 한 편의 글을 쓸 땐 진심을 다한다.

진정성을 담아 소중하게 발행하지만

가끔 조회 수가 안 나올 때면 실망도 한다.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발행하는 글에 내 감정이 그네를 타고 있지만 브런치에서 한 번씩 '보상' 같은 조회 수 폭발을 경험하면 조금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숫자 이면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적은 조회 수에 낙담하고 쓰기를 포기할 게 아니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숫자를 무시하는 것뿐이다.

내가 쓴 글의 가치는 내가 제일 먼저 알아주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진심이라면 조회 수 따위는 덜 신경 쓰는 게 맞지 않을까.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숫자에 초월' 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3년을 끌고 온 블로그, 버릴 수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소생시키고 싶다. 

내년 계획을 위해 블로그는 빼놓을 수 없는 도구이다.

지금부터라도 숨을 불어넣어 줘야겠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블로그는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로 채우고 싶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나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당당해질 수 있다.

시류에 올라타는, 인기에 연연하는 글보다는 

내 느낌, 감정, 배움, 진심을 담은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글은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전기장판과 같다.

늘 일정한 온도로 몸과 마음을 녹이고 전기 요금이 적게 나오는 

가성비 좋은 전기장판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거룩한 행위.

굳이 대가를 받겠다면 각자의 삶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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