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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7. 2021

글이 생각을 흐르게 한다

습작하는 김작가 - 08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만고불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시 한 줄 속에 처박혀도 영원히 만족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진실이란 없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자신을 지나치게 일치시켜서는 안 된다. 당신은 또 다른 흐름에 몸을 맡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에 들어가 있는 단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 몸을 빌어 밖으로 표출되었던 '위대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잡아내 글로 옮길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뒤통수를 때리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한 편의 글에 담긴 주제를 한 줄로 표현한 문장이다.

작가는 그 한 줄을 쓰기 위해 셀 수 없는 시간을 고민했을 테다.

독자도 그 한 줄로 인해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갖게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손이 멈추는 순간이 온다.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비유를 찾는 경우도 있고

주제의식을 나타낼 문장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손은 멈추지만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써내는 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썼던 문장을 수도 없이 고친 끝에 완성되기도 하고

순간 번뜩하며 쓴 문장이 되기도 한다.

과정이 어떠하건 결국 작가도 독자도

그 한 문장 때문에 글을 읽고 쓰게 된다.

작가는 독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문장을 써서,

독자는 낯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문장을 만났을 때

희열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파크는 쉽게 오지 않는다.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마음에 남는 문장이 없을 때도 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작가와 독자가 교차되는 부분이 없을 뿐이다.

글을 쓰면서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내 딴에는 있는 힘을 다해 썼지만

읽는 이들에게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맥이 빠진다.

이왕이면 노력한 보람을 공감으로 보상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독자를 탓할 수도 없다.

강요한다고, 탓한다고 얻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을 내려놓을 뿐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힘 안 주고 스치는 생각을 썼는데,

생각지 못한 반응을 경험하기도 한다.

두 가지 경우를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니

나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독자의 반응보다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쓰는 게 내가 찾은 답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음이 정해져 있는 긴 여정을 이어간다.

죽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다만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삶은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이어진다.

생각도 멈춤 없이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소통하는 사람을 작가라 한다. 

작가가 쓴 책과 글에는 생각이 머물러 있다.

독자는 작가의 머문 생각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흐르게 한다.

작가는 쓰면서 생각이 흐르고,

독자는 읽으면서 생각이 흐른다.

결국,

책과 글 속에 머물러 있는 생각들이 

우리를 흐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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