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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1. 2021

내 문제의 답은 내 안에 있다

습작하는 김작가 - 12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글에도 정답이 없다. 이렇게 써도 되냐고 물을 필요조차 없다. 자신의 삶이 정답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옮겨 적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작가가 메신저인 이유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 좋은 말 베껴 쓸 거면 작가보다는 복사 전문가가 되는 편이 낫겠다.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은 '지겹다'. 틀린 말 하나 없는데도 듣기가 싫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훈화 말씀을 적고 있는지 냉철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쓰기》 - 이은대





내가 쓰는 글을 누군가에 검사받아야 한다면

지금까지 못 썼을 수도 있다.

학생 때 숙제처럼 확인받고 맞고 틀린 부분을 지적받는다면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땐 이런 마음이 있었다.

타인을 신경 쓰지 말자고 해도 그게 쉽지 않다.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레 겁먹고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그냥 썼다.

숙제가 아니라서

맞고 틀린 걸 지적받는 게 아니라서 내 생각대로 꾸준히 썼다.


쓸수록 하고 싶은 말도 다양해졌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표현하기 위해 쓴다.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내 생각의 크기를 키우듯

내가 쓴 글도 누군가의 생각 그릇을 키울 수 있다고 믿었다.

내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건 나만이 전할 수 있다.

사람마다 살아온 삶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다만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에게만 해당된다.


배우겠다는 마음과 행동 중 가장 쉬운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내 삶을 되돌아보는 것만큼 진로를 수정하기 좋은 방법은 없다.

내가 바르게 잘 가고 있는지는 스스로는 모른다.

기준이 있어야 알 수 있다.

그런 기준을 타인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글로써 그들의 삶을 적고 있다.

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의 이면에는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그들의 성공이 아닌 실패를 통해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실패를 그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배움으로써

똑같은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책과 글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나침반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삶은 어느 누구와 비교될 수 없다.

비록 지금까지의 삶이 잘 포장된 길을 걸어왔다면

그 안에서도 분명 타인에게 도움이 될 경험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거라 생각한다.

굴곡 없이 살았다는 건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냈다는 의미이다.

남들이 게으름 피울 때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남들이 싫다고 하는 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묵묵히 해내는 그런 모습.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순탄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 삶 또한 누군가에게 큰 깨달음을 줄 수 있다.


나의 가치는 내가 먼저 인정해 줘야 한다.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반대로 나 스스로를 인정하면 타인의 인정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내가 쓸 수 있는 글 또한 누구 못지않게 가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쓰는 글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에게 검사받아야 할 숙제가 아니다.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쓰는 글 또한 숙제가 될 수 없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각자가 살아내고 있는 '지금 이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자의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출제자는 본인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낸 문제는 본인만이 정답을 맞힐 수 있다.

다만 답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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