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Dec 22. 2021

내가 행복해지는 글쓰기

습작하는 김작가 - 13


글쓰기 입문서에는 '무엇을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책이 많은데,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누가 썼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타깃층에 호응을 얻고 싶다거나 많이 읽혔으면 한다. 작가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착각은 버리고 내가 쓴 글을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다나카 히로노부






어느 분야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타고난 소질에 노력이 더해져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가수를 뽑는 경연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도 장르를 달리하며 실력 있는 가수를 뽑는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선에 참가하는 인원만 수 천명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나름 노래로 방귀 좀 뀐다고 자신 있어했을 테다.

수 천명 중 단 한 명만 뽑기 위해 다양한 과정을 통해 거르고 거르게 된다.

모든 과정을 소화하며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약간의 운이 따라야

단 한 명에게 주는 영예를 얻게 된다..

십수 년  무명 시절을 버티며 칼을 갈았던 그들은

노래 부르는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노래는 '해야 할 일' 아닌 '하고 싶은 일'이었다. 


긴 무명 시절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노래에 진심이기 때문일 테다.

진심인 일에는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

먹고사는 일, 해야 만 하는 일도 최선을 다 하긴 한다.

다만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이왕 사는 거 좋아하는 일도 함께 하며 살 수도 있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먹고사는 일은 일대로 하고 그 외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럴 수 있는 건 마음의 여유에서 오는 것 같다.

일에 쫓기다 보면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눈을 돌리면 낙오될 것 같고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여긴다.


4년 전 책을 읽기 시작할 당시 나도 같은 일상을 살았다.

직장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일상이 쪼그라들었다.

마음의 여유는 팔자 좋고 돈 많은 사람의 전유물 같았다.

직장에서 새는 바가지 가정에서도 새는 게 당연했다.

직장의 화를 집안으로 가져와 아이와 아내에게 풀어댔다.

매번 생각하지만 정말 못난 짓이었다.


마음의 여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

먼 곳에 있거나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마음을 울리는 책 몇 권이 시작이었다.

그 뒤로도 책을 놓을 수는 없었다.

무명 가수가 노래를 놓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책을 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글쓰기로 이어졌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한 편씩 쓰게 되면서

글쓰기에 진심이 되어갔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둔 건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만 했을 때와 똑같은 24시간을 살았다.

같은 24시간이었지만 그 안을 채우는 일상은 달라졌다.

매일 일정한 시간 책을 읽고

매일 같은 시간을 글을 썼다.

일상은 더 바쁘게 돌아갔지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직장과 가족으로 향했던 화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무명 가수이지만 노래에 진심을 다한 이에게 하늘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 기회를 통해 유명해지기도 하고 전업 가수가 되기도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이에게 주어지는 보상 같은 거라 생각한다.

지난 4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진심을 다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보상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갖게 되었고,

가족에게 향했던 '화' 대신 '화목'을 얻게 되었고,

내 이름을 새겨진 책을 내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무엇보다

무기력했던 일상 대신 내 의지대로 하루를 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가치 있는 행위임을 깨닫고 난 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문제의 답은 내 안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