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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31. 2021

한 번에 한 사람씩, 연결은 그렇게

습작하는 김작가 - 21


글의 본질은 푼크툼(작은 구멍 혹은 뾰족한 물체에 찔려 입은 상처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감정)을 충족하는 데 있다. 글 한 편을 읽고 자기만의 감정이나 느낌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그건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다양한 푼스툼을 일으키는 글이 좋은 글이다. 나와 글 사이에 개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통로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이 연상되면서 나만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매력적인 글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 강원국





책을 쓸 때 제일 먼저 할 일 중 하나가 대상 독자를 정하는 겁니다.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일지를 생각하는 겁니다. 대상 독자는 범위를 좁힐수록 책 쓰기도 수월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하고 싶은 말(주제)을 1천 명 앞에서 하는 것과 1명에게 하는 건 다르기 때문입니다. 1천 명 중 말하는 주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 주제에 관심 있는 단 한 명에게 말을 하면 적어도 그 사람에게 공감과 이해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을 위해 책을 쓰게 되면 같은 고민을 겪는 다른 사람도 그 책을 읽게 됩니다. 같은 사람이 없듯 한 권의 책도 모든 이에게 읽힐 수는 없는 게 당연합니다. 대상으로 정한 단 한 명을 위해 내가 겪은 경험과 감정, 배운 걸 전할 때 비로소 개별적인 통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직장, 직업, 사람 관계, 부부 문제, 육아, 부모님과의 관계, 책을 읽은 느낌, 일상의 이야기 등 살면서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들도 나와 같은 주제로 비슷한 문제를 갖고 살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 경험이 곧 그들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의 공감을 받는 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딪힐 때 감정, 아내와 다툴 때의 대처 방법, 아이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 들을 가감 없이 풀어냈을 때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해주고 응원의 말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풍요롭게 해주는 건 타인의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여러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고 말합니다. 이때 가장 이상적인 배움은 모든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습니다. 러닝 머신을 시속 30km로 달리는 것처럼 멈추지도 못하는 게 우리입니다. 멈추려고 했다가는 기계 밖으로 굴러 떨어져 뛰지 못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일상을 살지만 배움을 게을리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계발이 없는 직장인이 뒤처지는 건 횡단보도를 초록불에 건너는 것처럼 당연해 보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간접경험입니다. 요즘은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손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로 원하는 내용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관심이 있고 배우겠다는 의지가 먼저일 겁니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 있고 그를 통해 얻는 경험의 질 또한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연결의 형태가 어떠하든 타인과 이어지는 연결의 본질은 나의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이유와 대상 독자도, 한 편의 글을 쓰면서 고민하는 주제와 독자도 결국 글을 읽는 이와의 연결에 있습니다. 내 글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럴만한 글을 쓸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생에서는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욕심을 내기보다 글을 쓰는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글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겁니다. 적어도 그 한 사람에게는 내 경험이 세상에 없는 소크라테스의 조언보다는 더 값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통로를 만들어가다 보면 파리 전역이 하수관을 통해 하수는 물론 전선과 통신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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