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책의 진화

배워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세상

by 김형준

반차를 내고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평일 오후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하는지도 모른 체 강의장에 도착했습니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오프라인 교육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 4명이 수강했습니다. 강사님과 보조 강사님 두 분까지 6명이 한 공간에 있었습니다. 저는 전자책 제작 프로그램을 평생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아라 소프트에서 제작한 e-pub 3.0 기반의 새로운 툴이었습니다. 먼저 제품 코드를 지급받고 프로그램을 설치 후 인증까지 완료한 뒤 본격적인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강사님은 기존에 제작된 샘플북을 시연했습니다. '시연'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책을 본다, 읽는다라고 하지 책을 시연한다라고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 시연은 본 공연 전 연습한 걸 미리 보여준다는 의미입니다. 연극, 뮤지컬, 연주 등 예술 공연에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런 의미의 단어를 책을 보여주는 데 사용했다면, 책도 예술 공연 같이 볼거리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맞습니다. 책은 더 이상 2차원, 텍스트만 전하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강사님이 보여준 책 안에는 텍스트, 동영상, 오디오, 이미지, 하이퍼링크, 음성지원 등 말 그대로 멀티미디어였습니다. 텍스트를 읽다가 궁금한 내용은 링크 통해 백과사전에 연결됩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어 문장을 읽어주기도 하고, 이미지를 360도 회전시키며 볼 수도 있었습니다.


몇 종류의 시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따로 강의 따로 들을 필요가 없겠다. 전자책 한 권이면 배우고 싶은 걸 한 번에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더 이상 교과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각자 자리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을 통해 교과 수업을 듣고, 부족한 공부는 태블릿으로 추가된 동영상을 시청하며 보충할 것 같습니다. 기획만 제대로 되면 양질의 책을 얼마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은 물론 직장인, 어르신, 소외 계층 없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작 방법이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흡사 PPT 프로그램 같았습니다. PPT에서 사용하던 툴에 몇몇 기능이 더해지며 보다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1995년 인터넷 성장기에 맞춰 '나모웹디터'가 출시되었습니다. 웹페이지 제작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주역입니다. 기존의 코드 작성 방식이 아닌 에디터 방식을 사용해 일반인도 쉽게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번에 배운 프로그램의 전신이 바로 나모웹디터입니다. 개발을 거듭해 전자책 전용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전의 e-pub은 일반인이 손을 대기엔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코딩 위주로 작업을 해서 전문으로 배운 사람만이 가능하고 합니다. 이런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NamoAuthor - WYSIWYG EPUB ebook Editor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많은 학자들이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전자책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우리 아이들만 봐도 스마트폰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 안의 콘텐츠가 곧 경쟁력이자 돈이 되는 세상을 살 것입니다. 스마트 폰 안에서 세상과 연결되고 업무를 처리하고 쇼핑을 하게 됩니다. 수업도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속에서 더 다양한 것들을 접하게 되고 확장될 것입니다. 책도 그에 발맞춰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동굴 벽화가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방식일 때가 있었다면, 이제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통한 소통이 일상이 될 것입니다. 내가 가진 콘텐츠를 표현하는 방법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다른 기회를 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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