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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14. 2022

새치도 괜찮다, 백발도 멋지다


새치를 가리기 위해 염색을 했다.

3주 만에 새치가 다시 올라온다.

두 달 정도 지나면 또 머리카락의 반은 새치로 바뀐다.

그때가 되면 본래의 나이로 돌아온다.

염색을 하는 이유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싫어서다.

머리 색이 바뀐 날은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턱 끝이 5도는 올라가는 것 같다.

새치가 다시 보일수록 턱 끝도 내려간다.


나이 드는 게 좋은 사람이 있을까?

어릴 때 나이 들고 싶고,

나이 드니 어려지고 싶은 게 당연한 걸까?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건 없다.

시간 앞에서는 세상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가고,

몽우리진 순간부터 시들어가고,

완성된 순간부터 중고가 된다.  


살다 보면 당연한 걸 받아들이는 게 당연해지지 않는다.

학생 때는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학생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막상 학생 꼬리표를 떼고 나면 학생 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젊었을 땐 젊음이 좋았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된다.

그러니 나이 들수록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치도 날 수 있고, 주름이 생기기도 하고, 뱃살이 나오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겉모습은 물론 생각이나 가치관이 변하는 것도 당연하다.

살아오는 동안의 경험과 배움의 정도에 따라 생각이나 태도가 결정된다.

나이 들수록 생각이 유연 해지며 소통이 원활한 사람도 있고,

내 기준에 갇혀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은 아무리 애써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 모습이 맘에 드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모습에 당당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처럼 새치를 가려서라도 꾸미고 싶어 한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당연한 것 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의연함을 말하고 싶다.

물론 나도 잘 안 된다.

새치를 가리는 이유가 더 젊어지지는 못해도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싫어서인 걸 보면 말이다.

10대부터 30대까지의 주변 사람을 보면

지금 모습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그 나이 때 갖는 문제에 고민하는 모습도 나름 의연하게 바라보게 된다.

조금만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한다.

내가 옆에서 이야기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도 그때는 그랬으니까.


올라오는 새치를 막을 방법은 모조리 뽑아버리는 수밖에 없다.

민머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올라오는 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간에 발악하는 심정으로 염색을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때가 올 거다.

내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어 있다면 당연한 걸 받아들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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