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Mar 10. 2022

타인에게 빚진 삶,
타인을 위해 빛나는 사람


933, 542, 683, 775, 599. 제가 속한 각 단톡방의 참여 인원수입니다. '6' 제가 운영하는 단톡방 참여자 수입니다. 세 자리 숫자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저의 가치를 인정받는 숫자입니다. 문득 이 숫자가 나의 영향력의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 사람을 이끌어 가는 힘.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 이런 힘을 영향력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채우려 더 나은 사람을 찾게 됩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좇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좇을 때가 있었고, 지금도 그들을 따라 단톡방에 머물러 있기는 합니다. 그랬던 저에게도 지난 1월부터 사람을 모으고,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이 있었지만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겉돌았습니다. 스스로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만나고 낯선 사람은 경계했습니다. 먼저 다가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혼자 있는 게 편했습니다. 직장에서도 할 말만 했습니다. 스스로 정한 거리를 지키며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간혹 거리를 무시하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거리를 유지했고, 반대인 사람에게 공간을 내어 주었습니다.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에겐 거리를 두는 게 아빠의 권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와 적당한 거리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거라 여겼습니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가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믿었습니다.


이은대 작가님이 수업 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삶"이란, "타인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혼자 사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든 싫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어도 그들의 도움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도움이 특별한 건 아닙니다. 내가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는 사람, 업무가 막힐 때 도움을 주는 선배, 답답할 때 옆에서 소주잔을 들어주는 친구, 지친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웃어주는 두 딸, 표현은 잘 안 해도 언제나 믿어주는 아내. 크고 작게, 알게 모르게 빚을 지고 살았던 겁니다. 


사람들이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목적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로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수록 나의 영향력도 커지고 돈도 따라온다고 합니다. 그걸 잘 아는 이들은 자극적인 멘트로 현혹하기도 합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껍데기뿐이 경우가 많습니다. 5년 동안 매일 읽고 쓰면서 다짐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적어도 남을 현혹하는 껍데기뿐인 사람은 되지 말자. 그런 마음 때문인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알맹이를 채우기 위해 배웠고 찾아갔습니다. 내게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제 발로 갔습니다. 궁금한 걸 묻고 가려운 곳을 긁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배우고 싶은 게 많아질수록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전과는 또 다른 빚을 지며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람을 멀리했을 때도 빚은 있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찾고 사람 사이에 살면서도 빚을 지고 있습니다. 암울했던 저를 밝은 곳으로 이끈 건 책과 글쓰기였습니다. 누군가의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고,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며 위로받았습니다. 그렇게 읽고 쓴 덕분에 함께 살아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함께 살되 내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그동안 제가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진 빚을 갚기 위해 누군가에게 빛이 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여섯 명에게 빚을 갚고 있습니다. 다행히 기꺼이 따라주고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제가 내는 빛을 따라 한 걸음씩 함께 걷고 있습니다. 단톡방 숫자를 키우기보다 스스로 더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게 사람에게 진 빚을 갚은 최선이라 믿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6년 만에 운동을 시작하는 각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