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Mar 20. 2022

사람사이 철문을 여는 질문


질문은 사람 사이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질문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어색했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7월 30일, 여름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즈음이다. 정부에서는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한다. 더위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걷기만 해도 땀이 나는 이런 날 우리 회사는 체육대회를 연다. 창사기념일을 겸한 행사다. 관계사 4곳이 모여 족구, 배드민턴, OX퀴즈 등으로 친목으로 도모한다. 다른 좋은 날 두고 왜 하필 한여름 땡볕에 하냐고 따져 묻고 싶지만 월급쟁이니 조용히 따를 수밖에 없다. 입사 후 세 번째 체육대회를 치르는 날이었다. 그즈음 새로 입사한 김 부장도 조용히 투덜대며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이미 두 번을 경험한 나는 그 자리가 불편했다. 가급적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숨어 있었다. 김 부장은 겉도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말을 걸었다. 더운 것도 짜증 나고 더운 날 체육대회 하는 것도 더 짜증 난 나는 대꾸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거리를 두는 것도 있었다. 김 부장이 먼저 몇 마디 건넸지만 퉁명스럽게 답하고 말았다. 단답식이었다. 내 태도가 마뜩잖았는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근무지가 달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해 연말 회사 전체 회식 자리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술기운에 먼저 말을 걸어왔다. 체육대회 때 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단다. 자기 딴에는 친해지고 싶어 말을 걸었는데 쌀쌀맞은 태도에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싶었단다.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먼저 말을 거는 성격도 못돼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이해시켰다. 그렇게 설명하고 이해한 덕분에 지금은 농담도 주고받는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살다 보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을 하며, 새로운 걸 배우며,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만남이 익숙한 사람은 금방 친해진다. 나처럼 거리부터 두는 성격은 그들이 부럽다. 어떻게 하며 그들처럼 힘들이지 않고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한 가지 방법을 알았다. 질문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토요일, 세 번째 PT를 받았다. 운동을 결심하고 혼자 하기보다 PT를 받고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올바른 자세를 통해 틀어진 몸도 바로 잡고 싶었다. 첫 방문 때 안내를 해준 분이 PT선생님이었다. 그 자리에서 가입했고 같은 분에게 배우겠다고 했다. 처음 두 번은 서먹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시키는 대로 해 내는 것도 버거웠다. 말을 걸 여유가 없었다. 입에선 단내가 나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 바랐다. 세 번째라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나 보다. 잠깐 쉬는 틈에 질문을 했다. "운동은 얼마나 하셨어오?" 10년 차라고 한다. 키 187cm, 몸무게 54kg였다고 한다. 마른 체형이 콤플렉스였다. 군대 신검도 4급을 받았단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75kg을 유지한다고. 강사님 말을 들으며 맞장구쳤다. 농담도 건네며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두 번 보다 분위기 부드러워졌다. 나에겐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용기 내 건넨 질문 하나가 가져다준 작은 변화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겠지만.


한근태 작가의 《고수의 질문법》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두꺼운 철문이 내려져 있다. 웬만해서는 이 철문이 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철문을 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다만 자신이 먼저 문을 열지는 않는다. 이 문을 여는 최선의 방법은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다. 안 해보 걸 시도하는 데는 용기도 필요하다. 용기를 내기까지가 힘들다. 반대로 한 번 용기를 내며 두 번째는 수월해진다. 벼르고 별러 첫 질문으로 말문을 텄다. 남은 9번의 PT 동안 강사님과 조금 더 친밀한 사이가 되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다음 PT에도 질문을 하나 준비해 가야겠다. PT가 끝났을 땐 두꺼운 철문을 완전히 열 수 있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치도 괜찮다, 백발도 멋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