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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11. 2022

베스트셀러, 셀러 베스트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같이의 가치' 이 말을 좋아합니다.

저는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새벽 기상을 시작했습니다.

출근이 빠른 업종이라 반 강제로 새벽에 일어나긴 했었습니다.

그때는 출근만을 위해 일찍 일어났다면,

'새벽 기상'은 나를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의 고요를 오롯이 만끽했습니다.

몸이 피곤할 땐 게으름을 피우고 핑계를 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강제로 여럿이 함께 새벽 기상을 했습니다.

몇 달 동안 이어졌습니다.

몸이 피곤해도 강제로 일어나게 됩니다.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로라도 일어나면 나는 물론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됐습니다.

강제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함께 할 때 '강제'는 긍정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덕분에 5년째 새벽 기상을 이어오고 있고,

새벽에 일어나는 게 강제가 아닌 자율이 되었습니다.


올해 초 10명의 예비작가와 책을 썼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지난 5월 2일 세상에 나왔습니다.

10명이 합심하여 주변에 알렸습니다.

친구, 동료, 가족, 친척에 친척까지 책이 나온 걸 알렸습니다.

저마다 속해 있는 단톡방에 출간 소식을 알렸습니다.

목적은 같았습니다.

함께 쓴 책을 알리고 팔기 위해서입니다.


새 책을 냈다는 소식에 사람들 반응은  

그 자리에서 책을 구매하는 분,

주변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분,

축하한다는 말만 남기는 등 다양했습니다.

10명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고,

저마다 책을 쓰는 과정이 녹녹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책에 애착이 컸습니다.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바랐습니다.


열흘이 지났습니다.

네이버에서 책 제목을 검색하니 표지 옆에

'베스트셀러'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10명 작가님들이 일심으로 책을 알린 덕분이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여기저기 전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출간 소식을 듣고 거래처에 10권씩 사 달라고 했답니다.

책을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해준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네가 그렇게 노력해준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됐나 보다."

"잘 됐네. 근데 베스트셀러 기준이 뭐냐?"


그 말을 들으니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많이 팔렸다는 의미는 알겠는데 기준이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로 생각해봤습니다.


'베스트' 셀러

흔히 말하는 양서, 읽을 때, 읽고 났을 때 울림을 주는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깊은 통찰을 주기도 하고, 생각의 틀을 깨 주는 그런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두고 읽히는 책입니다.


베스트 '셀러'

신간이 나오면 반짝 효과로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구매력으로 짧은 기간 많이 팔립니다.

내용이 좋으면 롱런할 수도 있지만,

수만 권이 쏟아지는 출판 시장에서 몇 주를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단시간에 눈에서 멀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도 이런 현실을 말없이 받아들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정말 베스트셀러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두 가지 이유 중 무엇이 먼저일 때 베스트셀러가 될까요?

좋은 책일 때?

많이 팔렸을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무명작가의 책도 많이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유명 작가의 책도 많이 안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못 됩니다.

많이 팔린다는 건 읽을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많이 안 팔린다는 건 작가의 유명세도 소용없다는 의미입니다.


초보 작가 10명이 모여 책 한 권을 썼습니다.

2달 동안 이를 악물고 썼습니다.

눈길 주는 것조차 두려웠던 과거 기억을

두 손으로 끄집어냈습니다.

이른 새벽, 늦은 밤,

키보드 위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방울방울을 쏟아냈습니다.

서점 서가에 꽂혀있는 책등을 보며 쉽게 손을 뻗지 못합니다.

잠시 바라보며 책 속에 담긴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반짝하고 묻히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마음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합니다.


세상에 나온 모든 책은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단언컨대 어느 책도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기준으로 책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책 자체로 베스트셀러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작가도 더 가치 있는 책을 쓸 것입니다.

더 가치 있는 책은

독자를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런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오늘은 누구한테 책을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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