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04. 07:18
반복됐던 기나긴 날 속에
버려진 내 자신을 본 후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
내겐 점점 더 크게 더해갔던
이 사회를 탓하던 분노가
마침내 증오가 됐어 진실들은
사라졌어 혀 끝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 가사 중 일부입니다. 이 노래는 1995년 나왔습니다. 95학번으로 신입생 기분을 즐길 때였습니다. 그때 제 귀에 들린 가사는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기 위한 계몽곡 정도였습니다. 이것도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이해했던 겁니다. 마흔이 넘은 지금, 가사에 담긴 의미가 다르게 해석됩니다. 반복된 일상을 20년 가까이 살 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똑같은 일상을 살수록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건 사치였습니다. 이런 내 모습에 사회를 원망했지만 한 마디 뻥긋 못하고 혀 끝에서 사라졌습니다. 군말 안 하고 시키는 대로 살면 그나마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출 청소년을 위해 썼다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각계의 지식인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직장, 가정, 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 건 사실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각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늘 물음표가 앞에 놓였습니다. 물음표가 쫓다 보면 새로운 해답을 찾는 이도 있고,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이도 있습니다. 언론은 100세 시대, AI에 의해 일자리가 줄고, 창의적인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관련 기사를 쏟아냅니다. 정작 100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일자리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창의력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흔한 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배우고 발전시키면 평생 직업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뿌연 말만 늘어놓습니다. 어쩌면 질문은 이미 나와 있으니 자신에 맞는 답을 스스로 찾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마흔셋,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늦은 나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자기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아직도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준비도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나이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온 건 어느 정도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를 탓하고 스스로 자책하고 가능성 제로라고 여겼던 나에서 지금의 나로 변할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쓴 게 가장 큰 계기였다면 멘토를 만난 건 또 다른 기회였습니다.
멘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보다 우리 개개인에게 필요한 의미로 접근해봐야 합니다. 멘토는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세 명의 멘토가 있습니다. 멘토가 생긴 과정을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직업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책을 통해 답을 찾아갔습니다. 책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삶에서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수십 권의 책을 통해 선택한 직업이 작가이자 강연자였습니다. 책을 꾸준히 쓰는 작가, 꾸준히 사람과 소통하는 강연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렇게 만난 분이 한근태 작가였습니다. 그분은 마흔 초반 업을 바꾸며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3-4 권의 책을 꾸준히 냅니다. 다양한 곳에 강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순 중반의 나이지만 어느 현역보다 더 활발히 활동합니다. 그분이 살아온 궤적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분을 따라 하면 그와 비슷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또 한 분은 다꿈스쿨 청울림 대표입니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본질은 사람을 이롭게 함입니다. 나의 성장을 통해 타인을 돕는 마음을 선한 영향력이라 합니다. 아낌없이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성장하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이끄는 것입니다. 본인의 희생이 따르는 행위입니다. 맹목적인 희생은 아닙니다. 가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희생입니다. 그런 면에서 청울림 대표의 선한 영향력은 이미 수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 놓았습니다. 2019년 처음 만난 이후 그분을 통해 삶이 변한 수많은 사람을 직접 눈으로 봤습니다. 변화한 그들도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 놓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선순환의 출발점이 청울림 대표였습니다. 책 쓰고 강연하는 삶이 사람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 기꺼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습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영향력을 갖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청울림 대표를 멘토로 삼았습니다.
5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매일 쓰는 게 실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매일 쓰지만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내 생각을 보다 명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더 나은 실력을 갖고 싶은 겁니다. 평생 글 쓰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그 말에 책임지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글도 못쓰면서 작가라고 하는 건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쓰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생각이 통하는 멘토를 만났고, 이은대 작가가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타인보다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먼저 배웠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낮춥니다. 1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작가마다 글을 쓰는 지향점은 다릅니다. 그분은 우리 삶 속에 글쓰기를 끌어들인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증거가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이 같기에 저 또한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멘토가 있다는 건 쉽게 말해 나침반을 갖는 것입니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지침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먼저 걸은 과정을 좇으며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궁극의 가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걸 따라 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들의 삶에서 필요한 부분만 배우고 따르면 됩니다. 그들도 그걸 바랄 테니 말입니다. 우리 각자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는 제각각입니다. 개개인의 고유성에 따라 실현할 수 있는 가치도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이왕이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안 따를 이유가 없겠죠. 그 방법이 바로 멘토를 통해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2. 07. 04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