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을 아껴써야 한다,
말한다고 들을까

by 김형준

2022. 07. 19. 07:39



유명인 자녀를 출연시켜 돈에 대해 공부시키는 TV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주식 투자, 장사, 콘텐츠 판매 등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직접 경험하며 경제에 대해 이해합니다. 프로그램 취지는 좋아 보였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 자본만 있다면 남녀노소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남의 아이도 일찍부터 시작하는 걸 보니 내 아이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용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 아들에게 용돈까지 챙겨 줄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하루 꼬박 일해야 세 끼 먹고 입히고 학교를 근근이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용돈을 받아도 어디 가서 쓸 데도 없었습니다. 기껏 오락실 아니면 동네 가게에서 군것질하는 정도였습니다. 고등학교 가서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학기 중에도 자리만 있으면 몇 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덕분에 부모님께 용돈 달라는 말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풍족한 건 아니었습니다. 시간당 3천 원, 4시간에 1만 2천 원, 한 달 20일 정도 일하면 20여 만원 손에 들어왔습니다. 이 돈을 아껴 저금하기보다 필요한 곳에 모자람 없이 썼던 것 같습니다. 1~2만 원짜리 티를 사 입거나, 친구들 밥 한 번 사 먹이고, 먹고 싶은 거 몇 번 먹고 나면 사라졌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벌어서 모으는 것보다 쓰는 데 더 익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시작을 종잣돈이라고 말합니다. 투자를 하든 사업을 시작하든 목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 없이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합니다. 평생 월급쟁이로 끝낼 게 아니라면 가장 먼저 종잣돈을 모으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월급쟁이로 살면서 목돈 모으는 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아이를 키우면서는 더 어렵고요. 사정은 어떻든 무언가 시작하려면 초기 자본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평소 저금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월급으로 사는 사람은 수입은 일정하니 나가는 돈을 아껴야 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다루는 책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수입이 발생하면 최소 절반 이상은 저금, 나머지로 생활하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 사정에 따라 빙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칙은 저금 후 남은 돈으로 생활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카드보다는 현금, 최소 1백만 원 정도의 비상금을 갖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런 방법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쉽지도 않습니다. 독하게 마음먹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방법을 실천한다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두 딸을 키우면서 시도를 해보지만 여전히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버는 대로 쓰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겨우겨우 한 달을 버텨내는 정도이니 돈을 모을 엄두가 안 납니다. 이런 사정을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는 게 공부가 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부모의 사례를 통해 돈의 흐름, 저축의 중요성, 계획을 세우는 방법 등을 익힐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 대부분의 부모는 돈에 대해 말하는 걸 금기시합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다 보니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사정은 이렇다 치더라도 아이들만은 다른 길을 걷길 바랍니다. 일찍부터 경제에 눈을 떠 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기 바랍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큰딸은 요즘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옵니다. 최애 하는 마라탕을 시작으로 노래방, 네 컷 사진, 카페 등. 한 달 용돈 5만 원을 한 번에 절반 이상 탕진합니다. 용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엄마 아빠를 적극 따라나섭니다. 할머니 댁을 가거나 제 친구 집에 놀러 가자고 합니다. 그 이면에는 용돈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입니다. 할머니나 제 친구는 용돈에 관대합니다. 볼 때마다 몇 만 원씩 쥐어줍니다. 그렇게 용돈 벌이로 모인 돈은 또다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지런히 쓰러 다닙니다. 한편으로 걱정이 됩니다. 쓰는 데 재미 붙이면 돈을 벌고 모으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해질까 싶습니다. 저도 성인이 되고 결혼하기까지 돈에 대해서는 관대했었습니다. 그러니 늘 쪼들렸던 것 같습니다.


붙잡아 앉혀놓고 가르친다고 받아들일 나이는 아닙니다. 관심사가 아니라 더더욱 안 될 테고요. 가끔 진지하게 돈에 대해 알려주면 집중해서 듣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쓰는 게 재미있으니 돈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 안 들릴 겁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인생 '독고다이' 입니다. 각자도생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관심을 갖고 하나씩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돈을 모으는 재미를 알면 쓰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제 아무리 훌륭한 책을 읽어도 실천하지 못하면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돈을 버는 수백 가지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한 푼도 모으지 못합니다. 행동하고 경험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몫입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이런 잔소리도 쓸모없습니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니 어떻게 해서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할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물고기 잡는 법을, 우리 부부는 노후를 위한 방법을 찾아서 함께 배우고 실천해봐야겠습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딸이 사회에 나가서 원하는 일을 하고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려면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차근히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2022. 07. 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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