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by 김형준

2022. 07. 25. 07:45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커피에 관해 공부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드론을 공부하면 부업이나 직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살림에 관심을 가지면 수납 전문가처럼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똑같이 좋아하고 즐기지만 그중 누군가는 전문가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게 관심이고,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만큼 깊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20대 때는 틈만 나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길 잃은 듯 헤매 다녔습니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걷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람들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좇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 시내 웬만한 곳은 한 번씩은 갔던 것 같습니다. 전국을 이 잡듯 다니지는 못했지만 여러 곳을 다니려고 애썼습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활력이 생겼습니다. 변화되는 풍경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 듣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재미있고 새로웠습니다.


누군가는 사람들 틈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합니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인간에 대해 깊은 통찰을 내놓기도 합니다. 저마다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내가 가진 관심에 따라 다를 겁니다. 관심은 내가 아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패션을 공부하면 옷을 주의 깊게 볼 겁니다. 외식업에 종사하면 새로운 메뉴를 떠올릴 것입니다. 철학자는 시대 흐름에 따른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할 것입니다.


90년 대 부터 배낭여행이 인기였습니다. 젊음을 에너지 삼아 배낭 하나 메고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습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든, 저처럼 1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길 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낯선 사람을 만난 경험은 분명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했습니다. 이들은 더 좋은 직장을 갖길 원했고, 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보이는 세상도 달랐을 겁니다.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철저한 준비는 필수입니다. 준비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걸 보다 명확하게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1년 동안 돈을 모으고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한 가지 놓친 게 있었습니다. 정작 거기서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건축을 전공했던 때라 많이 보는 게 도움이 된다라는 막연함만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책에 배운 게 전부였습니다. 한 달 동안 다니며 책에서 본 건물을 보면 "와! 이 건물 책에서 봤는데"감탄사를 뱉는 정도였습니다. 번화가를 걸으면서도 그들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그저 "와 사람 많다, 이 사람들은 뭐하고 살까"정도였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해 탐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지만 목표나 진로가 바뀔 만큼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돈이 부족해 먹지 못하고 보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만 남았습니다. 여행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여행지에 담긴 역사, 문화, 사회, 사람에 대해 공부했다면 새로운 무언가가 보일 겁니다. 많이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관심을 갖고 배우고 이해하려는 선행과정도 더 중요합니다. 여행은 분명 자신을 성장시키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더 깊이 있게 관심 갖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사춘기 큰딸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 다녀보라고요. 단,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걸 먼저 알려주고 싶습니다. 방학 동안 가고 싶은 곳이 많다고 했습니다. 난생처음 고수부지를 가보겠다고 가는 길을 검색했습니다. 가는 방법은 제가 알려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가는 길에 무엇을 볼 것이며, 그곳에서 어떤 걸 느끼고 돌아오는 길에 무얼 남길지는 본인의 몫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먼저 관심 갖고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소에 담긴 의미에 대해 먼저 이해한다면 그곳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다르게 볼 수 있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남들과 같아서는 남들만큼만 살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곧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그런 출발점이 바로 여행이라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세상을 볼 수 있는 여행, 여행을 통해 꼭 가졌으면 한 가지를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2022. 07.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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