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28. 17:46
고층건물일수록 하중을 버텨내기 위해 기둥을 많이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기둥을 많이 세워서 높은 건물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기둥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성을 따지면 공간이 넓을수록 수익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구조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코어 구조'입니다. 우리 몸도 코어 근육 즉, 배와 허리 주변이 단단할수록 신체활동이 활발해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건물 중앙에 고강도 구조물을 세우는 것입니다. 건물 중앙에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을 배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어 구조가 어떻게 기둥을 줄이고 넓은 공간을 만드는지 선뜻 이해 안 가는 분도 있을 겁니다. 우산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산을 펼치면 손잡이 봉 중심으로 우산살이 뻗어 있고, 살과 살 사이에 천을 대서 비를 막아줍니다. 우산이 클수록 손잡이 봉은 굵어지지만 우산 살의 개수는 크게 늘지 않습니다. 고층건물도 코어 공간의 강도에 따라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높고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코어 구조를 활용하듯, 우리 몸도 건강해지려면 코어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코어를 단련해 챙길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정신은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좋은 습관이 코어처럼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는 줄이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 놀았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도 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자아를 고민하거나 인간에 대해 탐구한 건 아닙니다. 그때의 기억이 별로 없는 걸 보면 깊이 있는 고민을 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의 친구가 전부였습니다. 친구 집에 모여 영화를 보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게 전부였습니다. 노는 것도 밍숭 밍숭 했고, 성적도 고만고만했고, 꿈도 흐리멍덩했었습니다. 그러니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는 연속이었습니다. 심심한 일상에 계획도 목표도 없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러니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가방을 벗어놓으면 잠들기까지 TV 앞을 지켰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집에 있을 땐 예외 없이 TV를 끼고 살았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닐 때도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회생활도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꿈도 없었던 때라 주어진 일만 해내면 하루를 잘 살았다고 위로했습니다. 마흔셋 까지 그렇게 살았습니다.
5년째 매일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습관 하나가 43년을 버텨온 삶을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믿기 어렵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지난 5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늘 똑같은 하루였습니다. 똑같은 하루를 살았지만 삶은 달라졌습니다. 독서 습관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책이 들어온 건 벼락을 맞는 확률과 같았습니다. 바닥도 이런 바닥이 없다고 느낄 때쯤 벼락을 맞듯 책을 펼쳤습니다.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지금까지의 제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밍숭 밍숭, 고만고만, 흐리멍덩한 저를 마주했습니다. 이대로 살면 더 이상 나아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책을 발판 삼아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책만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읽으려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잠을 줄였고, 틈만 나면 손에 책을 들었습니다. 늦은 봄 힘없이 떨어지는 벚꽃잎처럼 버려지는 시간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행동을 줄였습니다. 약속도 안 잡고 야근도 안 하겠다는 각오로 일했습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았습니다. 매일 책을 읽으면서요.
책 읽는 습관 덕분에 아침 3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합니다. 3시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에 책도 내고 강연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덕분에 가족관계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글을 쓴 덕분에 노후에 대한 불안도 이겨내고 있습니다. 매일 3시간 같은 일을 반복한 덕분에 평생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게 되었습니다. 조급함과 비교를 멀리하고, 늘 같은 루틴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당장 손에 잡히는 건 없지만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은 분명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준다는 확신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독서 습관 하나가 제 인생의 코어가 되었습니다.
사춘기 딸은 스마트폰 아니면 TV를 보면서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필요한 공부를 다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숙제 말고는 다른 공부를 안 합니다. 책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직은 꿈이 없다고 합니다.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건 이제는 저의 통제를 벗어났습니다. 그렇다고 빼앗지도 못합니다. 낙장불입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될 겁니다. 우선은 두고 보려고 합니다.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때라도 시간을 활용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5년째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저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마음에 저도 지금껏 버텨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가치를 배우면 바랄 게 없겠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딸에게도 언젠가 터닝 포인트가 올 거라 믿습니다. 그때 멀리서 찾지 말고 저와 같은 선택을 해서 인생을 버텨줄 코어가 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합니다.
2022. 07. 28.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