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말고 배움

by 김형준

2022. 07. 31. 07:28



말 잘하는 사람은 논리가 명확합니다. 주장에 근거를 대며 반론의 여지가 없게 말을 합니다. 이때 설령 근거가 틀렸어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맞고 틀리고 보다 자신 있게 말하는 태도에 상대방이 압도당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제 나름의 논리로 공부와 배움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임을 미리 밝힙니다.


중고등학교 때 저의 공부법은 남달랐습니다. 수학, 과학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은 암기 실력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암기는 말 그대로 외우는 능력입니다. 외워서 문제를 푼다는 건 생각을 안 한다는 의미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산수, 수학을 지지리도 못했습니다. 수리 능력이 부족하니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도 단편적이었습니다. 안다, 모른다 두 가지였습니다. 알면 시도해보지만 답이 맞는 건 아니었습니다. 모른다면 애초에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쉬운 길만 갔던 겁니다. 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나머지 과목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과목은 시험 전 정해진 범위 내용을 암기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암기력이 뛰어났다기보다 '운7 기3' 이 작용해 늘 중간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대입 시험이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 평가'로 바뀐 다음 해 시험을 치렀습니다. 2학기부터 수능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은 중심을 잡아 찍기로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습니다. 나머지 과목만 암기력에 의지해 매달려 보기로 했습니다. 손에 든 시험 결과도 딱 중간이었습니다. 200점 만점에 106점을 받은 걸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운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까지 15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시험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 근근이 점수를 받았습니다. 사회에 나와 10년 가까이 이어진 자격증 시험, 1년에 3~4회 봐도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토익 시험, 은퇴를 위해 2년 동안 준비한 공인중개사 시험에 떨어지며 더 이상 공부는 얻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암기력에 의지한 공부는 더 이상 효과를 발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포기한 제 손에 책을 들면서 '배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5년째 매일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걸 '배움'이라고 정의합니다. 공부와 배움은 어떤 차이일까요? 사전에서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고 정의합니다. 반대로 '배우다'는 세 가지 동사로 풀이합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남의 행동 태도를 본받아 따르다'로 정의합니다. 물론 배움과 공부는 같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행위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저는 배움 속에 공부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은 기술, 학문, 태도, 행동, 지식, 교양 등을 폭넓게 배운다고 해석합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공부'한다고 하지 '시험 배우다'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에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걸 배우고 싶을 때 자연히 공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책 읽는 걸 배움이라고 정의하는 데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부동산, 경제, 심리, 인문, 사회,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습니다. 읽으며 내가 아는 것과 몰랐던 것들을 구분하게 됩니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것 중 관심이 가는 건 공부를 합니다.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고, 경제 흐름을 공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책에서 정보를 얻으며 공부를 합니다. 그렇게 내가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익히고 넓혀가게 됩니다. 이런 배움과 공부의 과정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평생 배움, 평생 공부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춘기 중학생 딸은 아직은 공부를 합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공부 중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할 겁니다. 직장을 가져도 공부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공부에 지쳐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어도 직업을 갖기 위해 또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라는 평생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바람이 있다면 조금 일찍 공부 대신 배움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관심사, 취미, 원하는 직업을 위해 꾸준히 배우는 과정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공부가 아닌 일상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강의 듣고 사람을 만나는 과정 모두가 배움의 연속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도 알게 될 겁니다. 공부도 배움도 스스로 했을 때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겁니다.



"항상 무엇인가를 듣고, 항상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항상 무엇인가를 배운다. 이것이 인생의 참된 삶의 방식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

-아서 헬프스-



2022. 07. 31. 08:44

매거진의 이전글답을 찾고 싶다면 질문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