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01. 07:39
스토리텔링의 뼈대는 경험과 메시지입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서론-본론-결론-, 기-승-전-결, 배경-위기-극복-변화 등이 있지만 이를 요약하면 화자의 경험과 거기서 배운 메시지를 전하는 게 기본 뼈대라 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만 있는 스토리는 믿음이 안 생기고, 경험만 있는 스토리는 의미가 남지 않습니다. 어쩌면 메시지도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경험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책이 나오고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책에 쓴 내용 중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아내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었고, 상호 간의 신뢰도 문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책이 나왔다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한 달을 망설였습니다. 지난 주말 용기를 냈습니다. 아내의 오빠, 저희가 신혼살림을 시작할 수 있게 집을 내어준 큰형님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개인회생을 진행하면서 그 집을 팔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개인회생을 한다는 것도요. 불같은 성격이라 가만두질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의 선택이고 판단입니다. 간섭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압니다. 다만 상황을 그렇게 만든 저를 원망할 것 같았습니다. 차마 그런 상황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책을 건네니 놀라십니다. 5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처가 식구에겐 비밀로 했습니다. 이렇다 할 결과가 없기도 했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도 없었고요. 책을 건네고 나서도 걱정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읽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배신감이 들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짠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반응이든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랜만에 저녁을 먹자며 약속을 잡았습니다. 형님은 긴 말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동안 애썼다며 맛있게 먹으라고 하십니다. 덧붙여 앞으로 더 좋은 책 많이 쓰라고 응원까지 해주십니다. 괜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했습니다. 걱정하는 일의 90% 이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다신 한 번 실감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봤습니다.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일단 하는 게 어떤 결과라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요. 물론 원하는 대로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걱정만 하고 있으면 얻어지는 게 아닐 겁니다. 어떤 결과든 손에 쥐었을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되고, 결과가 좋으면 더 열심히 하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책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삶에 필요한 답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답을 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답은 스스로 찾아야 자신의 것이 됩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책은 경험을 전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내가 가진 문제의 답을 찾게 됩니다. 저 또한 책 속 경험을 통해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여러 문제를 마주하며 하나씩 풀고 있습니다.
큰딸에게도 책의 중요성을 늘 강조합니다. 읽으라고 강요는 안 합니다. 필요성을 느낄 때 읽게 될 거라 믿으니까요. 다만 책을 곁에 두면 좋겠습니다. 꼭 답을 찾기 위해 읽는다기보다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경험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원하는 걸 다 경험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살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는 큰딸에게도 주어질 겁니다. 그때 필요한 답을 책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틀릴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과정일 겁니다. 과정을 두려워 하기보다 과정도 즐겼으면 합니다. 책에서 얻은 경험만 있다면 이 또한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요.
2022. 08. 01.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