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태도가 자리를 지켜준다

by 김형준

2022. 08. 09. 07:43


인터넷 검색을 하면 옷에 묻은 과일, 커피, 음식 자욱을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얼룩은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지워지기도 합니다. 얼룩이 지워진다는 건 원래의 색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해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합니다.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를 잃어도 그 자리는 누군가로 대체되기 마련입니다.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얼룩이 손쉽게 지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4년째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차장으로 입사해 여전히 차장입니다. 입사 한 이듬해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다음 해에는 부장으로 승진할 줄 알았습니다. 해마다 연초에 승진 인사를 발표합니다. 작은 회사라 따로 공지를 하지는 않습니다. 대상자에게 알리고 주변의 축하를 받는 정도입니다. 연초에는 연봉협상도 합니다. 협상이라고 할 것 없이 정해진 인상분에 맞춰 근로계약서에 사인만 하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따로 면담을 갖지도 않습니다. 연봉은 차치하더라도 승진 문제로 따로 면담을 하지 않을까 해마다 기대를 했습니다. 그렇게 기대할 길 3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승진에서 미끄러졌습니다. 작은 회사이니 인심 쓰듯 승진시켜주면 좋겠지만 제 마음 같지 않은가 봅니다.


승진을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2년 전 대구 현장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게 영향을 준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현장 소장 보직받았습니다. 다른 직원은 저마다 현장을 맡고 있었고, 짧은 기간에 복잡하지 않은 공정이라 저에게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음만 앞섰고 중대한 실수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때 퇴사를 결심하고 사표까지 냈지만 사장님의 만류로 반려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본사로 복귀했습니다. 다시는 현장을 나가지 않겠다는 결심과 다시는 현장으로 보내지 않을 거라는 기대로 말이죠.


본사에서는 매출과 연결되는 공사 입찰 내역 작성을 담당합니다. 숫자 하나만 잘못 넣어도 몇 억이 왔다 갔다 합니다. 실수 한 번에 신뢰를 잃기도 하고,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매번 신중을 기해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합니다. 꼼꼼하다고 생각했지만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사고를 쳤습니다. 사장님이 나서 뒷수습을 하지만 번번이 같은 실수를 하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똑같은 실수를 하면 책상을 빼서라도 책임을 져야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여전히 실수를 반복합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완벽하게 해내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런 탓에 승진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저는 언제든 자리를 잃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면 저 같은 직원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굳이 피해를 감수하며 옆에 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뽑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저도 대체 가능한 직원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어진 역할 중 200퍼센트 이상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있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더 많은 역할을, 능력을 기대하고 해내길 바랍니다. 그게 월급 받는 직장인의 숙명과도 같은 역할일 겁니다.


앞으로 직장생활 길어야 10년 예상합니다. 그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직장인으로 사는 동안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했다면 지금쯤이면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갖춘 이는 1퍼센트도 안 될 거라 짐작합니다. 나머지 99퍼센트의 직장인 모두가 그저 그런 색을 내며 살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가능한 일을 하면서도 저마다의 역량을 키우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눈에 띌 만큼은 아니어도 없으면 안 되는 이들이 적재적소에 존재합니다. 그들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성을 쌓듯 경력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을 만든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자기 색을 내며 또 다른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색을 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같은 일을 해도 자신의 일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파고드는 직원이 있습니다. 같은 일을 시켜도 시킨 것만 겨우 해내는 직원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목적으로 해내려는 직원이고, 후자는 성장보다는 안주하며 월급에 만족하는 이들일 겁니다. 태도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주어진 일도 어떤 태도를 갖고 대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개발하면 분명 자신만의 색과 영역을 갖는 직장인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하고 싶은 걸 정하지 못한 사춘기 큰딸입니다. 큰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태도로 일을 대할 것인지 배웠으면 합니다. 삶의 질, 일의 성과는 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태도에 따라 나만의 색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자신만의 색을 가질 수 있다면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머리가 똑똑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도 있지만 주어진 역할을 몇 배 이상 해내는 탁월한 '인재'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2022. 08. 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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