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진 공보다
던질 공에 정성을

by 김형준

2022. 08. 11. 07:41



'지금의 나는 그동안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삶은 모든 순간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작게는 메뉴를 결정하는 것부터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직장 선택까지 매 순간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메뉴를 잘못 골랐다며 밥 먹는 동안만 기분이 안 좋으면 그만입니다.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면 일하는 내내 못마땅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누가 하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자신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의 조언을 참고해 오롯이 혼자 판단하고 선택합니다. 선택이 틀렸다면 그걸로 끝일까요? 아닙니다. 선택도 스스로 했다면 바로 잡는 것도 본인 몫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년 여 년 직장 생활하면서 9번 이직했다는 말은 종이에 구멍이 뚫릴 만큼 자주 썼습니다. 자랑스럽다기보다 9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것들을 말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직장을 잘 다니려면 감정을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성과를 내려면 인내하는 법도 배워야 하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배움을 놓지 말아야 하고, 귀는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 건 제가 내린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늘 선택 앞에서는 망설여지게 마련입니다. 남이 대신해주면 좋겠습니다. 결과도 책임져주고요. 안타깝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차를 가끔 사용합니다. 저를 위한 보너스 같은 시간입니다. 물론 아내에겐 비밀입니다. 6시간 남짓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봐야 책 읽고 글 쓰고 영화 한 편 보는 게 전부입니다.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시간대별로 할 일 정해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결정 장애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카페에 앉으면 영화가 보고 싶다거나, 눈앞에 보이는 카페를 들어가면 되는데 다른 곳을 가보고 싶다거나, 오늘은 색다른 메뉴를 먹어보자고 불현듯 떠오르는 겁니다. 즉흥적인 선택들입니다.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행동으로 옮기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결정장애가 발동합니다. 즉흥적인 선택조차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걸 선택하는 게 맞아?', '아니야 더 좋은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망설임이 이어지다가 시간만 보내고 맙니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었던 것도 못하게 됩니다. 결국 시간만 낭비한 꼴입니다. 늘 마음에선 이런 나 자신을 원망합니다. 망설임 때문에 귀한 시간을 허비한 걸 탓합니다. 그러지 말자고 몇 번 다짐을 해보지만 번번이 반복합니다. 좋든 싫든 그 시간은 오롯이 제 선택으로 만들어낸 결과인 것입니다.


지금 내 모습이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라는 의미를 미리 알았다면 9번까지 이직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렵게 낸 반차도 알차게 보냈을 겁니다. 선택에 대한 후회도 덜 했을 겁니다.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잡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바로 잡는 것 또한 자신의 선택입니다. 후회되는 일을 붙잡고 있어 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잡으려면 또 다른 선택을 하고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9번의 이직 경험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안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로 옮겨 적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결정 장애로 망설이는 순간이 오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으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후회가 된다면 왜 그랬는지 수시로 돌아보려고 합니다. 나아지길 바라면서요. 글로 쓰고 반성하고 다시 선택과 마주하는 상황을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번 날아간 공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지나간 선택으로 후회가 남은 일은 그대로 두는 게 맞습니다. 중요한 건 다음에 던질 공을 올바르게 던지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똑바로 응시하며 제대로 던지는 겁니다. 실수하면 다시 던지면 되는 것이고요.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머지않아 목표를 맞추게 될 겁니다. 조금씩 천천히 내 것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선택이 앞에 놓은 사춘기 딸. 선택에 집중하기보다 선택 이후에 결과를 바로 잡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잘못 날아간 공을 쫓기보다 다음에 던질 공을 잘 던지는 방법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분명 삶도, 선택도 바라는 대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2022. 08. 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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