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by 김형준

2022. 08. 02. 07:41




이승엽 선수는 현역 시절 정해진 연습이 끝나고 혼자 남아 스윙을 5천 한 뒤 비로소 훈련을 끝냈다고 합니다. 5천 번의 스윙 연습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습니다. 개인의 기량을 위해 5천 번이라는 횟수도 중요합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스스로 만든 '혼자 있는 시간'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다섯 살에 부산에서 성남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맨 몸으로 쫓기듯 올라왔습니다. 집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시장 한 구석에 자리를 펴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여섯 살 때 방이 달린 가게를 얻었습니다. 분식집을 연 덕분에 먹는 걱정은 없었습니다. 눈 뜨면 먹을 게 널려 있었습니다. 거짓말 보태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장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먹고살 궁리가 먼저이다 보니 집은 1년에 한 번 이사를 다녔습니다. 월새로 사는 1년은, 짐을 다 풀기도 전에 다음 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짧게 느껴졌습니다. 철없던 저는 시키는 대로 짐을 싸고 나르고 푸는 게 전부였지만, 부모님은 지긋지긋했을 겁니다. 항상 떠날 준비는 해야 하니 1년 동안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을 겁니다. 부모님은 먹고살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도 했지만, 떠날 곳이라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을 겁니다. 일찍 일어나는 부모님 때문에 덩달아 우리 삼 형제도 잠이 줄었던 것 같습니다. 등교 시간을 성적으로 매긴다면 전교 1등은 놓치지 않았을 겁니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등교한다고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릴없이 시간만 때웠습니다. 꿈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때라 아침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랐습니다.


학교 성적이 고만고만해서인지 직장도 그저 그런 곳을 다녔습니다. 성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낮은 점수와 늦은 졸업 때문에 괜찮은 직장을 가질 기회를 여러 번 날렸습니다. 9번 이직을 해봐도 목숨을 걸고 다녀야겠다는 직장을 갖지 못했습니다. 아니, 목숨이라기보다 정년을 보장받고 싶은 괜찮은 직장이 없었습니다. 마흔이 넘으면서 직장은 더 이상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혼자 살 궁리가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직업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기에 더더욱 새 직업을 찾아야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하나씩 시도했습니다. 제일 먼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마켓을 열어 장사를 했습니다. 시도하고 시작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와 맞지 않았습니다. 선택을 했습니다. 돈을 좇아 억지로 해야 할지, 아니면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찾을지. 후자를 선택하고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쓴다고 돈이 들어오는 거 아닙니다. 글로 돈을 벌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선택할 때 충분한 미래 가치를 봤습니다. 나이 들어도, 기력이 딸려도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정을 하고부터 시간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말이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시간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나옵니다. 투자하는 만큼 성과를 냅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으려면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고,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몇 번의 퇴고를 거쳐야 합니다. 시간을 간과해서는 얻을 수 없는 성과들입니다. 자연히 시간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하루 중 방해받지 않는 시간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새벽 시간을 말합니다. 새벽 시간만큼 방해가 적은 때가 없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만큼 많은 시간을 갖게 됩니다. 다만 일찍 일어나는 물리적인 행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누구나 한 번 직장을 떠나야 하듯 삶의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변화는 이전과 다른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변화를 겪든 시간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든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사용한다면 일상도 내 의도대로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새벽 5시 전에 일어납니다. 9시 출근 시간까지 최소한 3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침 3시간을 내 의지대로 사용하고 성취감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낮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때도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 시간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고, 그 시간을 쌓아서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중학생이 된 큰딸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같이 있지만 혼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잔소리한다고 들을 꺼였으면 이미 달라졌을 겁니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매일 아침 5시면 책상에 앉아 일기를 씁니다. 가끔 일찍 일어난 딸이 그 모습을 봅니다. 때로는 저보다 먼저 일어나 숙제를 하며 새벽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아직 습관이 안돼서 불규칙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봤습니다. 혼자 있는 새벽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는 겁니다. 학원 숙제를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학생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새벽 시간을 활용하면 더 좋겠습니다. 직장을 다니더라도 새벽 시간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기 계발을 하든, 승진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든 하루 중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새벽 시간을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색무취의 삶을 살다가 새벽을 갖게 되면서 조금씩 향과 색을 내는 요즘입니다. 밀도 있는 새벽 시간을 통해 더 진한 향과 색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춘기 딸도 일찍부터 자기만의 향과 색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눈치, 지시를 받는 삶보다 스스로 주도하는 삶이 더 의미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이 있으세요?

그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원하는 걸 찾고 발전시킬 수 있길 바라봅니다.


2022. 08. 02. 08:41